정부가 코로나19 백신 국내 공급 계획을 이르면 이번 주 발표할 것으로 예고한 가운데 국내 공급은 빨라도 내년 3분기에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가 아스트라제네카와의 백신 공급 계약서에 서명했고, 개별 백신 개발사들과 협상이 마무리되면 금주 전체 계약 현황과 확보 물량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확보를 위해 '투트랙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코로나19 백신의 공평한 배분을 위한 국제 연합체)를 통해 1000만명분을 확보하고, 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모더나·노바백스 등 임상 3상에 돌입한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상을 통해 2000만 명분의 백신을 확보하는 방법을 동시에 진행 중이다. 최근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 중 코로나19 관련 예산을 대폭 늘리면서 총 4400만명분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일단 정부와 계약 체결 사실이 알려진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은 항원 유전자 일부를 무해한 바이러스에 삽입해 접종하는 전달체 백신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자사의 백신이 임상 3상 중간결과에서 70%의 면역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은 타 제약사의 백신보다 예방효과는 다소 떨어지지만(화이자 95%·모더나 94.1%) 저렴한 가격과 유통의 용이함이 장점으로 꼽힌다. 가격이 3~5달러(약 3300~5500원) 정도로 비교적 저렴하고, -70℃ 이하의 초저온 '콜드체인'을 통해 유통해야 하는 화이자 백신과 비교해 2~8도에서 유통이 가능하다. 게다가 SK케미칼의 자회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가 이미 국내에서 위탁생산을 하고 있다는 점도 백신 공급 면에서 이점이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국내 코로나19 백신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내년 초 국내 백신 공급은 불가능할 전망이다. 빨라야 2분기 이후, 가을 정도에 국내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건 당국이 보고 있다.
권준욱 질병관리청 방역대책본부 2부본부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여러 시스템을 완비하려면 아무래도 (내년) 2분기 이후 시점에나 확보가 될 것"이라며 "50만 내지 100만 건 정도의 부작용까지 추가로 확인하고 (접종을) 시작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게 당국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공급계약을 맺은 아스트라제네카사의 백신이 국내에 공급되려면, 우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사용 승인을 받아야 한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올해 안으로 임상 3상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순조롭게 마무리될 경우 내년 1~2월 식약처에 백신 사용 신청을 한다면 3~4월 국내 사용 승인을 받을 전망이다.
다만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이 식약처의 사용 승인을 받더라도, 아스트라제네카가 곧바로 국내에 공급할지는 미지수다. 아직 우리 정부와 공급 계약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맺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내년 중 코로나19 백신이 국내에 공급되면 요양 병원·시설의 환자, 의료진, 간병인 등이 먼저 맞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백신 접종을 위한 전문가 자문그룹(SAGE)'이 공개한 백신 접종을 위한 우선순위 로드맵에 따르면, 백신이 인구의 10% 정도만 확보될 경우 접종 1순위가 의료진이며 그다음은 코로나19로 사망률이 높은 고령층이 대상이다.
국내 코로나19 백신 도입에 대해 정부가 미온적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백신 생산 및 공급의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저렴한 가격이 이점인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에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박상철 전남대 석좌교수는 "백신 공급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공급 시기를 우리 뜻대로 정하기는 생산과 공급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다"며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이 이론적으로 볼 때 효과가 기대되고 있고, 가격이 저렴해 경제적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백신 공급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편, 국내에선 제넥신, 진원생명과학,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의 기업들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임상시험 1단계 수준에 머물러 있어, 빨라도 내년 말에 개발이 완료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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