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자, 전세계 이목이 백신 개발이 한창인 연구소로 향하고 있다. 바이오·의학 등 생명공학뿐만 아니라 화학공학 등 과학기술 전반의 기술혁신을 위해 연구자들은 오늘도 밤낮없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그런데 연구자들이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보내는 연구실(일명 랩 ; laboratory의 약어)의 안전은 과연 담보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은 게 현실이다. 작년 12월 대구 경북대 화학관 연구실 폭발사고가 대표적인 예다. 대학원생 3명과 학부생 1명이 화학 폐기물을 처리하던 중 폭발사고가 일어나 대학원생 A씨는 전신 3도, 학부생 B씨는 20%의 화상을 입었다.
놀라운 점은 대부분의 연구실에서 연구개발의 기본이 되는 시약 관리가 전근대적인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날로그(수기) 방식으로 정리되면서 연구실마다 취급하는 시약관리가 허술하기 짝이 없다. 경북대 화학관 폭발사고도 허술한 시약관리가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일부 연구실에서는 유통기한이 지난 화학물질을 방치해 어느 한순간 폭발사고가 발생해도 놀랍지 않을 정도다.
국내에는 정부기관과 대학 등에서 약 6만여개의 의학·화학 연구실이 운영되고 있다. 각 연구실마다 적게는 평균 700종, 많게는 1000종이 넘는 시약을 사용하는데 시약 이름이 복잡한 영문으로 돼 있고, 용량도 달라 관리가 어렵다. 게다가 화학 연구에 기본이 되는 시약은 대부분 인체에 유해한 독성이나 산성이 강한 성분이라 철저한 안전관리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동안 랩에서는 손으로 쓰는 수기 장부에 기록하거나 엑셀 파일에 직접 기입하던 방식으로 시약관리를 해왔다. 당연히 시약의 안전한 관리가 쉽지 않았다.
스마트잭이 개발한 랩매니저는 까다로운 시약을 안전하고 간편하게 관리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앱)이다. 랩매니저를 이용하면 100여 글자에 달하는 길고 복잡한 시약명은 물론 시약 용량, 순도 등 제반 정보가 자동 입력된다. 시약 병에 붙은 바코드나 QR코드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인식하면 시약 이름·제조일·구입일·유효기간·독성 여부 등이 자동으로 목록화되면서 수많은 시약의 주기를 통합관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연구원들의 불필요한 행정 업무를 줄일 수 있는 데다 다양한 시약 정보를 자동 등록하고 분류해 연구소의 안전성을 높이고, 재고 관리가 가능하다. PC와 모바일 어떤 환경에서든 연구소 구성원 모두가 시약 현황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또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모바일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시약의 폐기 시점을 모바일 메시지로 받아볼 수 있어 안전성 확보에도 큰 도움이 된다.
김 대표는 국내 1위 기업인 삼성전자에서 12년간 상품기획관리 업무를 맡았다. 그는 삼성이 구축한 시스템을 통해 많은 배움을 얻었고 만족할 만한 직장생활을 했다고 자부한다.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던 그는 대학 은사를 찾아갔다. 화학공학을 전공했으니 교수님을 만난 곳은 당연히 랩이었다. 그런데 그곳에 어지럽게 널려 있는 시약을 보고 충격을 받았고, 연구실 안전관리를 책임질 랩매니저 개발에 착수했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카이스트(KAIST), 고려대, 유한양행, 삼양사, 한국생산기술연구원(KITECH) 등 대학과 기업, 정부출연 연구기관 1500여개 이상 연구실에서 사용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랩매니저 스토어’를 가동해 시약 재고 리스트 체크, 필요 시약 사전 알림, 구매 시약 자동 등록 등 연구실 관리를 보다 안전하게 할 수 있는 통합된 기능을 제공한다. 관리는 물론 시약구매까지 원스톱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이다. 올 연말까지 수도권을 중심으로 베타서비스를 구축해 내년 1분기 내 전국 스토어망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이를 통해 올해 매출보다 10배 이상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김 대표는 “연구원들은 적게는 10년, 혹은 평생을 바쳐서 기술 개발에만 매진하는 사람들로 수도승에 가깝다”며 “정말 작은 확률에 기대어 연구하는 그들이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연구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일조하고 싶고, 스마트잭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연구원들에게 각광받을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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