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눈에 띄는 '장기 흥행'은 영화 '테넷'(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이었다. '덩케르크' '인셉션'으로 전 세계 팬덤을 보유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으로 개봉 전부터 전 세계 영화 팬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지만 코로나19 속 개봉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더군다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까지 격상된 뒤 개봉하게 된 '테넷'은 지난 8월 26일 개봉해 17만명대의 관객을 불러모아 오랜만에 극장가에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이후 '테넷'은 두 달 가까이 박스오피스 순위권에 머무르며 누적관객수 199만명을 모았다.
영화 '테넷'이 보인 흥행 패턴은 무척 흥미로웠다. 코로나19 속 영화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제시한 셈이다.
한국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감독 홍원찬)도 같은 흥행 패턴을 보였다. 지난 8월 5일 개봉해 34만4910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고 한 달이 넘도록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랭크됐다.
이후 '장기 흥행'은 극장가의 생존 법칙이 됐다. 추석 시즌 개봉한 '담보'와 10월 개봉작인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도굴' 등도 장기 흥행으로 어렵게 손익분기점에 도달했다.
영화 '담보'는 지난 9월 29일 개봉해 추석 연휴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코미디와 드라마가 적절히 조화된 '담보'는 가족 단위 관객의 취향을 저격했고 두 달 가까이 박스오피스 순위권에 머물렀다. 지난 11월 8일 오후 4시 27분 기준 누적 관객수 170만 명을 넘기면서 손익분기점에 도달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극장 상영관 좌석을 50%만 운영하는 어려운 상황에서 거둔 기록이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도 마찬가지였다. 극장가 트렌드인 '레트로 감성'과 여성 연대, 여성 성장 서사 등으로 호평을 얻으며 뒷심을 제대로 발휘했다. 기존 손익분기점이 190만 명이었으나, 객단가 상승 및 VOD 매출 상승으로 기존보다 수치가 낮아져 누적 관객수 155만 명을 넘기며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
코로나19 이전 영화들은 통상 개봉 후 1, 2주 만에 흥행이 판가름났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영화들은 애초 넷플릭스에서 개봉하거나 빠르게 VOD 서비스를 오픈했고, 극장에서는 '장기 흥행' 해야 손익분기점에 가깝게 도달할 수 있었다.
이 가운데 지난 5일부터 '오후 9시 이후 서울 멈춤'으로 서울 소재 영화관들이 오후 9시 이후 문을 닫게 된 상황.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자 서울시는 확산 방지를 위해 '오후 9시 이후 멈춤'을 선언했다. 지난 5일부터 서울시·자치구를 비롯해 투자·출연기관 운영 공공시설이 전면 운영 중단했고 영화관·PC방·독서실 등 일반관리시설도 오후 9시 이후 문을 닫았다. 대중교통도 30%로 감축 규모가 확대됐다.
이 같은 상황 속 당장 오는 10일 영화 '조제'(감독 김종관)가 개봉한다. 이달 중 개봉을 목표로 하던 '서복'(감독 이용주), '인생은 아름다워'(감독 최국희), '새해전야'(감독 홍지영)는 개봉일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로 극장가가 나날이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12월 개봉작들도 '장기 흥행'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됐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