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투자형 지주회사 SK㈜는 7일 미국 바이오기업 로이반트에 2억 달러(약 2200억원)를 투자해 미국의 ‘표적 단백질 분해(Targeted Protein Degradation)’ 플랫폼을 활용한 신약 개발에 나선다고 밝혔다. 한국 기업이 미국의 표적 단백질 분해 치료제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SK㈜가 처음이다.
앞서 SK바이오팜이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식품의약국(FDA) 판매허가를 받은 뇌전증 치료 신약 개발에 이어 또 한번의 신약 개발 성공 스토리가 기대된다.
표적 단백질 분해 치료제는 단백질 기능을 억제하는 기존 신약 개발 방식과 달리 질병 원인 단백질을 원천적으로 분해하는 것으로, 신약 개발 기술의 ‘게임 체인저’로 불린다. 기존 약보다 효능이 월등하고 내성 문제도 없다. 상업화에 성공할 경우 기존 난치병의 치료 수준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SK㈜의 파트너인 미국 로이반트는 인공지능(AI)·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플랫폼 등을 활용, 10년 이상 소요되는 기존 제약사의 신약 개발 과정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사업모델을 갖췄다. 미국의 선도 기업 중 유일하게 AI 플랫폼을 갖춘 로이반트는 현재 6개의 질병 단백질에 대해 AI를 활용한 단백질 분해 신약을 개발 중이다.
현재 표적 단백질 분해 신약은 글로벌 제약사들도 경쟁적으로 연구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기존 방식은 질병 원인 단백질 중 20~30%만 신약으로 개발되는 한계가 있으나, 분해 방식은 어떤 단백질이든 치료제 개발이 가능해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꿈의 기술’로 불린다.
투자업계에서도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1세대 선도 기업들은 임상 전단계임에도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상장했고 아비나스, 카이메라, C4, 누릭스 등 4개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6조7000억원에 달한다.
SK㈜와 로이반트는 현재 항암과 면역·신경계 질환 중심으로 업계 최고 수준의 파이프라인을 확보했으며, 이 중 항암 분해 신약은 뛰어난 약효와 안전성이 검증돼 내년 임상 진입이 예상된다.
특히 SK그룹은 이번 투자를 기점으로 기존에 SK바이오팜이 주도하던 합성 신약 개발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바이오신약 개발로 신약 개발 연구역량을 키울 수 있게 됐다. 또한 SK팜테코 중심의 위탁생산(CMO) 사업 영역 또한 합성 의약품에서 바이오 의약품으로 넓혀 글로벌 시장 경쟁력이 향상될 전망이다.
최 회장은 2007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후에도 신약개발 조직을 지주사 직속으로 두고 투자와 연구를 지원하는 등 바이오 사업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왔다. 최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씨도 SK바이오팜에 근무 중이며 지난 7월 상장기념식에 깜짝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그 연장선상에서 SK㈜의 이번 투자는 향후 최 회장이 강조해온 바이오 분야 파이낸셜 스토리에 중대한 터닝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장동현 SK㈜ 사장은 “로이반트와 함께 하는 단백질 분해 신약 플랫폼은 AI 기술을 활용해 신약개발 과정의 비효율성 문제를 개선하고 사회적 가치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파트너십 체결을 시작으로 양사는 글로벌 바이오 제약 시장에 더 큰 혁신을 위해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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