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지속해 달러당 1080원대까지 떨어진 가운데 원화 강세 수혜 업종 중 음식료품이 좀처럼 상승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올해 급격히 바뀐 시장환경 때문이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이 국내 증시 외국인 자금 유입의 주요 배경으로 작용하면서 코스피가 연일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그동안 원화 강세 수혜를 입었던 업종 중 음식료품만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증권가에서는 음식료품과 철강, 화학, 여행 및 운수창고(항공) 등을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인한 수혜 업종으로 꼽아왔다. 대부분의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인한 비용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여행 및 항공의 경우 여행 수요 증가 등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이들 업종 중 철강과 화학, 운수창고 등의 업종은 원화 강세 효과를 누리며 상승세를 보이는 반면 음식료품의 경우 상승 랠리에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음식료품의 경우 원·달러 환율 하락폭이 더 커진 지난 9월 말 이후 이달 7일까지 3.53% 하락했다. 반면 철강의 경우 같은 기간 27.70% 상승해 가장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고 운수창고도 22.65% 상승해 뒤를 이었다. 화학도 19.32% 상승세를 기록해 이들 업종 중 음식료품을 제외한 모든 업종이 코스피 상승률(17.94%)을 상회했다.
업종 내 대표 종목들의 주가도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포스코(POSCO)의 경우 주가가 지난 9월 말 19만6000원에서 이달 7일 27만원으로 37.76% 상승했고 대한항공도 주가가 같은 기간 37.23% 뛰었다. S-Oil 주가 상승률도 37.02%를 기록했다.
반면 음식료품 대표 종목으로 꼽히는 CJ제일제당 주가는 지난 9월 말 39만5000원에서 이달 7일 36만3000원으로 8.10% 하락했고 농심과 오뚜기 주가도 각각 6.53%, 2.11% 떨어졌다.
증권가에서는 음식료품 업종이 원화 강세 수혜를 받지 못한 배경으로 코로나19를 꼽고 있다. 최근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정부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8일 0시부터 3주간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로 격상하기로 했지만 이전까지 외부활동 확대로 다시 '컨택트'가 주목받으면서 음식료품 업종 지수도 덩달아 하락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위축되면서 내식 수요와 식료품 사재기가 급증했고 음식료품이 '언택트' 수혜주로 부각되면서 지난 8월 중순까지 상승세를 보였으나 이후 외부 활동이 재개되면서 음식료품 업종 지수가 강한 조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주요 원재료인 곡물 가격이 상승하고 있지만 원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음식료품 업체들의 부담이 크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곡물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은 지난 3분기 이후 추가 하락해 곡물 단가가 현재 수준에서 아주 크게 상승하지 않는 한 원가 상승은 제한적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평균적으로 환율이 3개월, 곡물 가격이 3~6개월 후행해 실적에 반영된다고 가정하면 원화 강세 기조 때문에 곡물 가격 상승에도 올해 4분기 이후 투입 원가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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