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앉은 달러, 울일만 남았다…수출기업도 곡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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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훈 기자
입력 2020-12-0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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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연준 제로금리 유지·추가 부양책 통과 악재로

  • 車업종 최대 피해…수출회복 국면에도 웃지 못해

[그래픽=아주경제 미술팀]

외환시장에서 달러 약세현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1100원대가 깨진 이후, 단숨에 1080원대로 주저앉더니 이제는 이마저도 사수가 위태로운 모습이다. 일각에선 올 연말 환율이 1050원 선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수출기업들의 근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사업상 환율이 낮아지면 가격경쟁력이 나빠져, 그에 비례하게 수익성 저하가 발생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환율, 연말 1050원까지 떨어질 수도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1082.1원에 마감했다. 전 거래일 종가와 같은 수치다. 이날 자칫하면 1080원 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시장 우려와 달리, 간신히 지켜내는 데는 성공한 셈이다.

그렇다고 웃을 수 있는 상황은 전혀 아니다. 최근 두 달간 추이를 놓고 보면, 지난 10월 6일 1158.2원에서 무려 76.1원이나 떨어졌다. 이 같은 분위기가 현재진행형인 점이 문제다.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진 ‘달러 약세’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일부 전문가들은 올 연말 환율이 1050원 수준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는 판단을 내놓는다. 대내외 어디를 살펴봐도, 온통 달러 약세에 힘을 보탤 요인들만 쌓여있다는 이유에서다.

달러 약세를 지지하는 최대 요인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제로 금리를 유지하고 대규모 양적 완화(QE)를 펼치고 있는 점이다. 시중에 달러가 풍부하게 풀리면, 그만큼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연준은 2022년까지 제로 금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상태다.

미국 정부의 연내 추가 부양책 타결 소식은 또 다른 악재다. 현재 미국 내에선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과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 대표가 관련 논의를 본격화하면서, 연내 통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태다.

‘코로나19’ 관련 백신 개발도 환율 흐름상에는 좋지 않다. 이는 상대적 위험자산으로 평가 받는 원화가치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국내 경제가 회복 국면에 접어든 점도 원화 절상을 일으키는 요인 중 하나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연말로 갈수록 경상수지 흑자폭이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며 ”따라서 원화 강세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기업, 환율 리스크에 커지는 곡소리

이에 따라 수출 기업들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환율이 떨어지면 막대한 환차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대 피해가 우려되는 업종은 ‘자동차’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환율이 10원 하락할 경우, 국내 완성차 5개사 매출은 4000억원가량 줄어드는 걸로 알려졌다. 철강업계의 경우에도 해외 수출 비중이 50%에 달하는 만큼, 가격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중견·중소기업의 상황은 더욱 좋지 못하다. 대다수가 환율 악화 상황에 대비한 환헤지(환율 변동 위험을 피하기 위해 환율을 고정하는 방식)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수출이 회복 국면에 진입했음에도, 웃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동차부품을 수출하는 A업체 대표는 “내년도 수출이 6%가량 증가할 거란 전망이 나오지만 전혀 웃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계약했던 금액보다 환율이 더 떨어지면 손해를 보고 팔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내달 시행을 앞둔 주 52시간제는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또 다른 차 부품업체 대표는 “코로나에 환율, 주52시간제 문제까지 덮쳐 도무지 숨조차 쉬기 어려운 상태”라며 “코로나 사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만큼, 적어도 1년의 계도기간을 두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하소연했다.

이로 인해 내년 경영계획을 수립하지 못하는 곳도 빼곡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기업 10곳 중 7곳은 아직 내년 경영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걸로 조사됐다. 업종별로 철강, 자동차부품 기업의 어려움이 가장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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