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은 지난달 29일 인스타그램에서 “서울 롯데마트 잠실점에서 매니저로 보이는 직원이 장애인 보조견 표지를 부착한 안내견의 입장을 막아서고, 봉사자에게 고성을 질렀다”는 목격담이 올라오면서 시작되었다.
목격자는 “(마트 매니저)가 다짜고짜 장애인도 아니면서 강아지를 데리고 오면 어떻게 하냐며 언성을 높이고, 강아지를 데리고 온 아주머니는 우셨다. 입구에서는 출입을 승인해줬는데 마트에서 출입을 거부하려 했다면 정중히 안내해 드려야 하는 부분 아닌가? 아무리 화가 나도 이렇게 밖에 안내할 수가 없는지 너무 안타까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목격자는 “강아지가 불안해서 리드 줄 다 물고”라며 겁을 먹은 듯한 당시 예비 안내견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올렸다. 강아지는 ‘안내견 공부 중입니다’라는 장애인 안내견 교육용 주황색 조끼를 입고 있었다.
롯데마트 측은 지난달 30일 이 사실을 인정하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롯데마트 잠실점을 내방한 퍼피워커와 동반고객 응대 과정에서 견주님의 입장을 배려하지 못한 점을 인정하며 고개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공식 사과했다. 또 “안내견과 퍼피워커에 대한 지침 및 현장에서의 인식을 명확히 하고, 긴급 공유를 통해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대처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전했다.
퍼피워커란 장애인의 안내견이 될 강아지를 생후 7주부터 1년간 돌봐주는 자원봉사자를 뜻하는 말이다. 예비 안내견의 사회화 교육을 위해서다. 이 교육을 ‘퍼피워킹’이라고 한다.
특히 시각장애인을 보조하는 안내견의 특성상 시각장애인이 위험한 도로나 도랑으로 잘못 다가갔을 때 안내견은 위험을 포착하고 시각장애인을 살짝 물어 주의를 주거나 바짓단을 물어서 시각장애인의 진행을 제지시켜야 한다. 때문에 안내견에겐 가슴줄에 조끼까지만 입히고 입마개는 사용하지 않는다.
법적으로도 문제는 없다. 안내견 종류인 골든 리트리버, 래브라도 리트리버, 저먼 셰퍼드의 경우에는 동물보호법상 입마개 의무착용 견종인 맹견에 포함되지 않아서다.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1조의 3에 따르면 맹견은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 테리어 ▲로트와일러 등 5개 견종과 그 잡종의 개로 규정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김호연 강남대 중등특수교육과 교수는 “퍼피워커와 함께 지내는 기간은 강아지가 안내견으로 성장하는 데 기초가 되는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그 시기(7주~ 1년)에 안내견 학교에서 뽑은 자원봉사자가 시장이나 마트, 학교 등지를 다니면서 안내견으로 성장하기 위한 준비를 일상생활, 지역사회에서 시키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장애인 안내견의 출입을 방해하는 일들을 방지하거나 제재하는 법률은 없을까?
장애인복지법 제40조는 “누구든지 장애인 보조견표지를 붙인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이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공공장소, 숙박시설 및 식품접객업소 등 여러 사람이 다니거나 모이는 곳에 출입하려는 때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장애인복지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지정된 전문훈련기관에 종사하는 장애인 보조견 훈련자 또는 장애인 보조견 훈련 관련 자원봉사자가 보조견표지를 붙인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경우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는 거부해서도 안된다.
만약 보조견표지를 붙인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 장애인 보조견 훈련자 또는 장애인 보조견 훈련 관련 자원봉사자의 출입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한다면 행정당국은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과태료란 담당 공무원의 재량으로 법에 정해진 의무 이행을 게을리하거나 하지 않은 사람에게 물게 하는 돈을 말한다.
때문에 장애인복지법 위반 시 과태료가 아닌 벌금 이상의 처분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태료는 벌금과 달리 형법상 형벌이 아니기 때문에 재판을 거치지도 않고, 납부자에게 전과도 남지 않아 경미한 사안에 불과하다고 인식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안내견의 출입이 거부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으며, 제재 역시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5년 특급호텔로 분류되는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장애인과 안내견의 출입을 거부했다. 관할 행정당국인 광진구청은 당시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도 있었으나 “계도적 차원에서 지켜보고 한두 번 더 지켜지지 않을 경우 단속할 방침”이라며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았다.
현재 더불어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해당 위반에 대한 벌칙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장애인복지법 일부 개정안’을 롯데마트 논란 이후인 지난 1일 발의한 상태다.
또 지난 4월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도 안내견 ‘조이’와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가려다가 출입을 거부당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의원은 지난 4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의 눈이자, 동반 생명체 역할을 하는 존재이지 해가 되는 물건이나 음식물이 아니다”며 “안내견의 국회 본회의장 입장이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국회는 “해가 되는 물건이나 음식물의 반입을 금지”하는 국회법에 근거해 일부 장소에서 관행상 안내견의 출입을 막고 있었다. 그 결과 지난 2004년 최초 시각장애인 국회의원인 정화원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안내견 대신 보좌진의 도움을 받아 본회의장에 들어갔었다.
하지만 21대 국회 개원 직후 일어난 안내견 출입 논란에 여야 의원들이 “시대착오적 규정을 바꾸자”며 김의원의 주장에 힘을 실어 준 결과 김의원은 본회의장과 상임위 회의장에 ‘조이’와 같이 출입할 수 있었다.
현재 장애인 안내견 출입과 관련해 지난 6월 김예지 의원은 "예비 안내견을 동반한 자원봉사자분들이 출입 거부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해 명확하게 대통령령으로 정해둘 필요가 있다"며 ‘장애인복지법 일부 개정안(일명 ’조이법‘)’을 발의한 바 있다.
장애인복지법 제40조 제3항의 내용 중 ‘안내견 출입을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를 대통령령에 구체적이고 명확히 규정해 법에 명시된 거부 사유를 제외하고는 모든 장소에 안내견이 출입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또 이 법안은 국가와 지자체에 장애인 보조견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하도록 하는 조항도 신설했다.
이에 대해 김호연 교수는 "안내견은 이동할 때는 물론 위험한 상황에서 빠르게 대처하기 어려운 시각장애인들에게 눈과 같다. 안전한 보행을 위해 중요한 수단이 되는 안내견을 문밖에 두고 가라는 것은 (시각장애가 없는 사람들에게) 눈을 감고 가라는 것과 같다"고 전했다.
또 김의원은 “일상에서 안내견을 만나기 쉽지 않은 만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인식 변환을 위한 홍보 등 긍정 강화 정책을 수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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