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긍정적" vs "미흡" 엇갈린 삼성 준법위 평가…재판부 결심공판 연기

7일 이재용 파기환송심 공판서 전문심리위원 준법위 평가 의견 전달

재판부, "사건 크고 정리할 것이 많아"…결심공판 30일로 연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혐의 양형 요소 중 하나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활동을 둘러싸고 법원이 지정한 전문심리위원들 간 의견이 엇갈렸다. 재판부는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재판을 하루 더 연장하기로 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는 7일 오후 2시께 이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서는 준법감시위 활동을 놓고 전문심리위원 3명의 의견을 확인했다.

이 부회장으로 피고인으로 참석했다. 이날 오후 1시37분에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 모습을 드러낸 이 부회장은 "준법감시위 평가에 실효성이 있다고 보나", "전문심리위원인 김경수 전 대구고검장한테서 전문심리위원단 평가 들은 내용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으로 재판장으로 향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재판부 요청에 따라 준법위 실효성을 평가하기 위해 구성된 전문심리위원 3명이 의견을 진술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추천한 홍순탁 회계사는 "준법감시위 활동이 전체적으로 미흡하다"며 "현 시점에서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냈다.

반면 김경수 변호사는 긍정적인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대국민 수준의 약속, 책임감 있는 위원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점을 통해 경영진의 준법의지가 상당 부분 담보되도록 시스템화돼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은 중립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준법감시위 현재 조직과 관계사들의 지원, 회사 내 준법문화 여론 등을 지켜본다면 지속가능성은 현재로선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강 위원은 "결국 독립성 유지와 실효성 확보는 최고경영진의 준법의지와 여론의 감시에 달려 있다"며 "다만 아쉬운 점은 준법위가 새로운 유형을 정리하고 감시감독 체제를 구축하는데는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검 측은 "전문심리위원들의 준법감사위 전검 시간이 8시간에 그쳤다"며 "오히려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기본적으로 전문심리위원은 재판부의 판단을 보조하기 위해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특검은 매 기일마다 평가기간이 짧다고 한다"며 반박했다. 이어 "오늘까지도 어떤점이 부족한지, 보완되어야하는지에 판단에 안 되는 상황에서 특검은 기간이 짧다고만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공방이 오간 끝에 재판부는 전문심리위원들에게 평가 내용을 보완해 오는 9일 최종보고서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특검과 변호인, 심리위원 3명 등 모두의 동의가 이뤄지면 최종보고서를 서울고등법원 홈페이지에 공개하겠다는 내용도 전했다.  

또한 다음 공판 기일인 오는 21일 특검과 이 부회장 양측이 전문심리위원들의 준법감시위 평가에 대한 의견을 진술하는 시간을 갖도록 했다. 이에 따라 21일 예정이었던 결심공판은 30일로 미뤄졌다. 재판부는 "누가 요구한다고 기일 변경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건이 크고 정리할 것이 많아 21일 전문심리위원에 대한 기일이 필요하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지형 준법위 위원장은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한 전문심리 위원들의평가 의견을 위원회 활동에 대하며 제 3자의 검증을 받는 좋은 기회로 여기고 부족한 점을 채워나가는데 적극 참고하겠다"며 "앞으로도 변함없이 위원회에 주어진 소임을 다해 나가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준법위는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의 권고로 지난 2월 출범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준법위 권고에 따라 지난 5월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어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사과하고, 무노조 경영 원칙 폐기를 선언한 바 있다.

 

7일 재판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고등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류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