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데이' 맞은 영국, 서방 최초로 코로나 백신 접종 시작

첫 접종 대상은 요양원에서 거주 중인 고령층

올해 말까지 200만명이 백신 맞을 수 있을 듯

영국이 8일(현지시간)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 중국과 러시아 등이 아닌 서방 국가에선 처음이다. 맷 핸콕 영국 보건부 장관은 백신 접종일은 '브이데이'(V-day)라고 부르며 "앞으로 한 주간은 역사적인 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AFP·연합뉴스]

가디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본격적인 접종을 앞두고 화이자-바이오엔테크가 공동개발한 백신 80만 회분을 전국 거점 병원에 배포했다. 공급부터 까다로운 이 백신은 영하 70도 이하의 초저온에서 보관해야 하고 운반할 때는 드라이아이스로 채운 특수 박스를 이용해야 한다. 영상 2~8도 수준의 일반적인 냉장 보관 상태에서는 닷새밖에 효능이 유지되지 않는다. 까다로운 보관 상태를 유지해야 해 접종 장소를 지나치게 분산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 영국 보건당국은 우선 접종 거점 병원을 지정했다.

백신의 첫 접종 대상은 요양원에서 거주 중인 고령층이다. 접종을 마친 노인들은 면역반응에 따른 부작용에 대비해 일정 기간 병원에 머문 뒤 귀가할 예정이다. 1차 예방 접종을 마친 모든 사람은 3주 뒤 2차 접종을 하게 된다.

접종 2순위는 의료진과 80대 이상 고령층, 75세 이상 노인이다. 고위험군에 속하는 요양원 직원과 보건의료 종사자들은 별도의 예약을 통해 백신 접종이 이뤄질 예정이다. 영국 보건당국은 백신 접종은 의무가 아닌 자원자에게만 접종할 계획이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그의 남편인 필립공도 몇 주 내에 백신을 접종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 데일리메일은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여왕 부부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백신 접종 순번이 올 때까지 대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해 94세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99세인 남편 필립공 모두 고령자로 비교적 순번이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보건당국은 올해 말까지 총 400만 도즈의 배송을 기대하고 있다. 한 명당 2회 접종을 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200만명이 맞을 수 있는 분량이다.

NHS 잉글랜드 의료 책임자인 스티븐 포이스 교수는 "백신 접종이 시작했다고 해서 팬데믹 종식이 가시화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이 싸움은 단거리 경기가 아니고 마라톤이며 백신 접종을 마치기 위해서는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며 말했다.

영국이 '서방국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본격화함에 따라 백신의 긴급사용 승인을 앞두거나 검토 중인 나라들이 숨죽여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