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정말, 정말, 정말 슬픈 일입니다."
1999년 디오픈챔피언십을 중계하던 영국 BBC 해설가 피터 앨리스(영국)는 장 반데 발드(프랑스)의 18번홀(파4) '대역전패'를 보고 이러한 말을 남겼다.
당시 무명이었던 발드는 마지막 홀에서 더블 보기만 적어 내도 우승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개울과 러프를 전전하며 실수에 실수를 연발했다. 결국, 트리플 보기를 범하며 폴 로리(스코틀랜드)에게 클라렛저그(디오픈챔피언십 트로피)를 넘겨줘야 했다.
이 상황을 생생하게 중계했던 앨리스가 지난 6일(한국시간) 향년 89세로 유명을 달리했다.
가족들은 BBC를 통해 "앨리스의 죽음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지만, 평화로웠다"고 전했다.
앨리스는 1931년 2월 독일 베를린에서 태어났다. 태어났을 때부터 영국 골프 명가의 피가 흘렀다. 그의 아버지 퍼시 앨리스(영국)는 통산 22승(1920~1937년)을 거둔 전설적인 골퍼다.
앨리스는 16세였던 1947년 프로로 전향했다. 이후 아버지처럼 라이더컵에도 출전(8회)하고, 프로 통산 31승을 거두었다. 1964년과 1966년에는 해리 바든 트로피를 받았다.
방송 데뷔는 1961년 디오픈챔피언십에서다. 1975년 선수 생활을 마친 앨리스는 1978년부터 BBC의 메인 해설가로 활약했다. 이후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깊고 달래는 목소리와 따듯한 유머, 골프에 대한 열정 등으로 '골프의 목소리'라 불렸다.
2012년에는 공로를 인정받아 세계골프명예의전당에 헌액됐다.
키스 펠리 유러피언투어 대표이사는 "앨리스는 선수로서, 방송인으로서 놀라운 유산을 남겼다"고 말했다.
팀 데이비 BBC 국장은 "앨리스처럼 골프 이야기를 한 사람은 없다"며 "그는 통찰력, 지혜, 인간미로 드라마를 포착했다. 전설적인 해설가"라고 회상했다.
잭 니클라우스, 필 미컬슨(이상 미국), 리 웨스트, 이언 폴터(이상 영국) 등 선수들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위터를 통해 그를 추모했다. 니클라우스는 사진과 함께 "위대한 선수이자, 해설가를 잃었다"는 글을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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