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남아 화교 갑부들이 중국 본토 증시로 눈을 돌리고 있다. 말레이시아에 이어 태국 화교 부자도 중국 본토 증시에서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다. 실탄 확보 뿐만 아니라 중국내 사업을 한층 더 확장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상장을 추진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태국 최대 소매유통그룹인 CP그룹(正大, 정다그룹) 계열사인 정다투자가 최근 상하이증권거래소 메인보드 상장을 추진 중이라고 중국 매일경제신문 등 현지 언론이 8일 보도했다.
CP그룹은 중국 광둥성 출신 태국계 화교 기업인 다닌 치아라와논드(중국명 셰궈민·謝國民)가 이끌고 있는 태국 재벌기업이다.
정다투자는 CP그룹 산하 중국내 농·목축업 사료 사업을 주로 맡고 있는 계열사다. 현재 중국내 20여개 성(省) 지역에 진출해 지난해에만 매출 257억9400만 위안, 순익 12억3200만 위안어치를 거뒀다. 하지만 중국 본토 기업이 아니다. 홍콩증시에 상장된 부펑궈지(卜蜂國際·포크판인터내셔널)가 간접적으로 지분 99% 이상을 가진 외국계 기업이다.
정다투자는 상하이 증시 상장을 준비하기 위해 최근 중국 중신증권과 상장 주간사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찌감치 법인 형태도 유한회사에서 주식회사로 바꾸며 기업 지배구조를 변경했다. 등록자본금도 기존의 1억9700만 위안에서 41억5900만 위안까지 20배 넘게 늘렸다.
최근엔 정다그룹 산하 중국 양돈·양계 사업도 정다투자로 집중시키는 등 정다투자 몸집을 키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주로 중국 사료 사업에 집중해 온 정다그룹이 앞으로는 나날이 팽창하는 중국 돈육 식품산업을 향후 중국 본토 투자의 중요한 전략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정다투자의 중국 본토증시 상장도 이같은 계획의 일환으로 알려졌다.
사실 동남아 갑부의 중국 본토 증시 상승이 CP그룹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10월에도 말레이시아 '설탕왕'으로 불리는 말레이시아계 화교 로버트 콱(중국명 궈허녠·郭鹤年)의 곽씨형제그룹 산하 기업인 ‘이하이자리(益海嘉里)’가 중국 선전거래소 벤처기업 전용증시 창업판에 안착했다.
이하이자리는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식용유 브랜드 진룽위(金龍魚) 제조사이지만 중국 본토기업이 아닌, 곽씨형제그룹 산하 계열사 중 하나다. 이하이자리의 지분 99%는 싱가포르에 상장된 곽씨형제그룹 산하 기업 펑이궈지(豐益國際·윌마르인터내셔널)가 보유하고 있다.
동남아 화교재벌들이 잇달아 중국 본토증시 상장을 추진하는 건 자금 조달과 중국내 사업 확장,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양더룽 첸하이카이위안(前海開源)기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신식시보를 통해 "중국은 미국에 이은 두 번째로 큰 자본시장이라 자금 조달이 용이하다"며 "또 대다수 화교 기업들의 사업이 중화권에 집중된 만큼, 중국 본토 증시 상장은 이들 기업의 향후 사업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그는 "최근엔 글로벌 투자자들도 중국 본토 증시에 집중하고 있다"며 "중국 본토 증시에 상장하는 것만으로도 광고 효과를 거둘 수 있어 브랜드 영향력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