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저온유통·예방접종체계 비상…‘내년 6월전 접종’이 생명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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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림·전환욱 기자
입력 2020-12-08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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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백신 공급, 넘어야 할 과제 셋

  • 확보 예산 1회분만 가능…화이자 백신은 냉동고 추가 구매해야

  • 일부 제조업체 “부작용 책임 묻지 말라”…선급금만 날릴 수도

8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확보 브리핑을 TV화면으로 지켜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부가 4400만명 분(국민 85%)의 코로나19 백신을 선구매 확보해 내년 1분기에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예산확보, 콜드체인(저온유통), 예방접종체계 구축 등 선결 과제가 쌓여있다.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 얀센 백신의 보관 조건, 접종 횟수 등 특성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접종시기는 빨라야 내년 하반기일 것으로 점쳐지는데 의료 전문가들은 상반기엔 접종을 시작해야 내년 겨울 대유행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코로나 백신 예산 1조3000억원…1회 접종분만 가능

백신 선급금 지급 및 백신 구매를 위해 정부는 2020년 예산 중 이·전용분 1723억원, 4차 추경 1839억원 및 2021년도 목적예비비 9000억원 등 약 1조3000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현재 1723억원 중 850억원은 코백스퍼실리티(백신 공동 구매·배분을 위한 국제프로젝트) 가입을 위한 선급금으로 집행했다. 하지만 현재 우리 정부가 확보한 예산으로는 4개사가 제시한 백신 가격을 맞추기 어렵다.

정부가 국내에 도입하는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모더나 각 2000만회 분과 얀센 400만회 분이다. 그중 얀센은 1회만 접종하는 백신이어서 400만명 분량이다. 나머지 백신은 2회 접종하는 제품으로, 2000만회 분은 1000만명 분을 뜻한다.

1회 접종분만 고려할 경우 선구매가 확정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4달러)은 2000만회 분을 구매하면 약 870억원, 같은 개수로 모더나 백신(32~37달러)을 최대 가격으로 계산하면 약 8020억원, 화이자(19.5달러) 약 4200억원, 얀센(10달러, 400만회 분) 약 430억원 등 총 1조350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계산엔 코백스퍼실리티의 2000만회 분은 포함되지 않았다.

◆콜드체인·유통체계 등 촘촘한 구축 계획 필요

여기에 화이자 백신의 경우 섭씨 영하 70도에서 보관해야 하는 환경을 고려하면 냉동고 등도 추가로 구매해야 한다. 일반 병원 등에서는 이를 보관할 수 없어 보관할 수 있는 냉동고를 갖춰야 하는데, 대당 수백만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철 전남대 석좌교수(국제백신연구소 한국후원회장)는 “아스트라는 현재 냉장시설로도 유통이 가능하지만 화이자 등 다른 백신 유통을 위해 냉동고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고,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접종 센터 역할을 할 허브병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화이자 백신의 경우 5일 안에 녹여서 1000명을 맞춰야 해 대학병원이나 3차 병원 중심으로 예약 접수가 가능한 방식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백신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서 의료현장으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안전하게 배송될 수 있도록 유통체계 전반에 대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우선 질병관리청에 백신 도입 및 예방접종을 위한 별도 전담조직(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을 구축할 방침이다.

◆3월 도입돼도 부작용·안전성 등 이유로 접종 시기는 미정

일단 아스트라제네카 등 백신이 내년 2~3월쯤 도입되더라도 실제 접종은 그보다 훨씬 늦어질 전망이다. 해외 개발 백신을 도입한 상황이지만, 반대로 백신 개발이 끝나지 않아 성공 여부나 효능을 담보할 수 없고, 어떠한 부작용이 발생할지도 알 수 없는 상태기 때문이다. 해외 접종 상황 모니터링에도 최소 2~3개월은 소요된다. 결국 내년 하반기는 돼야 접종이 본격화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환종 서울대 의과대학 명예교수는 이날 코로나19 백신 도입 계획 브리핑에서 “일반적으로 백신이 개발되는 데 최소 10년이 걸리는데(코로나19의 경우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짧은 기간에 나오다 보니 자료가 많이 없다”며 “효과가 얼마나 있는지 또 얼마나 안전한지에 대해 한계가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현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 등이 백신 도입에 속도를 내 백신을 더 많이 구입할 시 한국은 접종 물량을 받을 수 없는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이 가운데 백신 제조업체는 각 국가와 협상을 진행하면서 접종 후 부작용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 걸 요청하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직 개발 중인 백신의 경우 최종 실패로 결론이 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데, 이 경우 선급금 등 기존에 지불한 금액을 돌려받을 수 없는 게 일반적이다.

◆대유행 막기 위해선 상반기 접종이 ‘골든타임’

전문가들은 안전성 고려도 중요하지만 접종시기를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상반기엔 접종을 시작해야 한다. 백신이 없다면 내년에도 11월 말쯤 겨울 대유행이 올 텐데, 이를 대비하기 위해선 11월 중순까지 백신 2차 접종을 끝내도록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독감 백신도 9월부터 두 달 동안 맞았다. 또 시작 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화이자, 모더나의 mRNA(메신저RNA) 백신에 대해 낯설어 하며 우려를 보이고 있지만 의학계에선 이들 형태의 백신에 대해서 심각한 부작용이 없다고 봤다.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은 “모더나와 화이자의 mRNA플랫폼은 코로나19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질병의 임상을 통해 안전성과 효능이 이미 검증됐다”며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만큼 끌어모으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으며, 남재환 가톨릭대 의생명과학과 교수도 브리핑을 통해 “mRNA 백신이 단 한 번도 대규모로 사용된 적이 없고, 이에 대해 걱정이 많은 상황인데 모더나와 화이자는 암 백신 개발을 위해 mRNA 플랫폼을 사용해왔다”면서 “코로나19 유행 이전 임상 1상이 나와 안전성이 검증된 상태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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