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위약금 물고도 계약취소"...수도권·지방 안가리는 '배배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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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은 기자
입력 2020-12-0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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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주인이 계약파기, 위약금까지 1억원 넘게 챙겨"

  • 파주·일산 등 수도권뿐 아니라 천안 등 지방에서도

부동산 규제를 피한 지역에서 배액배상 사례가 속속 터져나오고 있다. 계약 후 시세가 갑자기 뛰면서 위약금을 물더라도 계약을 파기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집주인들이 늘어난 것이다.

과거엔 이런 현상이 이례적이었지만, 지금은 흔한 현상으로 자리잡으면서 '배배테크(배액배상과 재테크의 합성어)'라는 신조어까지도 나왔다.

수도권의 유일한 비규제지역 파주는 김포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신규 지정된 직후부터 배액배상 사례가 등장하다가 현재는 다소 주춤한 상태다. 정부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11·19 부동산 대책 발표 당시, 12월 중 규제지역 추가 지정·해제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지방 비규제지역인 천안에서도 유사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사실상 수도권 전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인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되자, 그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일산에서도 배액배상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이미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여 있는 일산은 추가 규제 가능성도 비교적 적어 거칠 것이 없다는 분위기다.

경기 파주시 목동동의 H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 8~9월에 계약된 건이 잔금을 앞두고 한두 건 파기됐다"며 "호가도 크게 올랐다. 가격이 단계적으로 1000만~2000만원씩 올라야 하는데, 4억원에 하나 나가면 5억원을 부르는 형편"이라고 했다.

파주 목동동의 B중개업소 관계자도 "기대심리 때문에 호가가 많이 올랐다. 직전 실거래가보다 보통 1억~1억5000만원 정도 높게 내놓는다.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다"고 전했다.

파주시의 모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한 누리꾼이 "팜스(아동동 팜스프링아파트) 32평(전용면적 85㎡) 매매가 1억8000만원에 계약금 10% 받아둔 상태인데 파기하는 게 좋겠느냐"며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팜스프링아파트 전용 85㎡는 최근 2년래 실거래가가 2억원을 넘긴 적이 없었지만 지난달 30일 1억9300만원에 거래됐고 현재는 2억500만원에 나와 있다.

다만 H중개업소 관계자는 "요즘은 배액배상 사례도 뜸하고 수요자들도 많이 줄어든 분위기"라며 "가격이 많이 오른 데다, 12월에 규제지역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 '이럴 바엔 일산으로 가자'는 심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산의 풍선효과는 현재진행형이다. 김포에 이어 파주에서 넘어온 수요까지 가세하면서다. 11·19대책 직후만 해도 비싼 값에 계약한 것 같다며 볼멘소리하던 수요자들이 지금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경기 고양시 대화동의 D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달 21일 계약한 매수자가 '너무 비싸게 산 것 같다'면서 '중도금까지 지켜보다가 파기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 오름장을 체감하면서 '중도금을 넣겠다'고 태세를 바꿨다"고 했다. 이어 "지금은 매수자가 이런 말을 꺼낼 분위기가 아니다"며 "오히려 매도자 쪽이 배액배상을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물건이 없는 상황에서 호가가 크게 올라 계약이 쉽지는 않다"며 "직전 실거래가보다 1억5000만원가량 높은 값에 물건이 나와 있다"고도 했다.

대화마을에서 매도인 측 요구로 계약을 접었다는 A씨는 최근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 "지난달 20일 집주인이 계약 파기, 위약금까지 1억원을 넘게 돌려받았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A씨는 대화마을현대아이파크 전용 120㎡(44평)를 6억원에 계약했는데, 같은 평형은 최근 6억6000만원에 실거래된 바 있다.

해당 게시글에 "일산에서 그정도 단기수익이면 파티를 해야겠다"는 댓글이 달리자, 작성자가 "소고기라도 먹어야겠다"며 호응하기도 했다. 계약이 파기됐지만 뜻하지 않게 돈을 벌게 된 상황, 이른바 배배테크로 인한 풍속도다. 

'규제 옆지역'이 오르는 현상은 지방에서도 예외없이 나타났다. 비규제지역인 천안 등에서는 금액대가 작은 물건을 중심으로 배액배상 사례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충남 천안시 두정동의 D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도인 쪽에서 (배액배상을) 요구한 사례가 많지는 않지만 한두 건 정도 있었다"고 전했다. 천안시 불당동의 B중개업소 관계자는 "아무래도 금액대가 비교적 낮은 두정동에서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배액배상액으로 매매가의 10%를 잡으면 불당동은 거의 1억원을 내야 한다. 두정역 인근은 3000만~4000만원에 불과하다"고 했다.
 

아주경제DB[힐스테이트 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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