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에 유해한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홍지호 전 SK케미칼 고문과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각각 금고 5년이 구형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8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를 받는 안 전 대표·홍 전 고문 외 11명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첫 재판 이후 1년 4개월만에 절차는 마무리됐다.
검찰은 구형에 앞서 가습기살균제 독성으로 피해를 입은 박나원(9)·다원(9) 쌍둥이 자매 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아이들 어머니에게 유전자 검사를 해달라고 전화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며 "(전화 자체가) 2차 가해는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어머니가 다른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물으셨고, 도움이 된다고 하니 승낙하셨다"며 "이 자리를 통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설명했다. 앞서 피고인 측은 피해자 질환이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가 아닌 피해자 유전질환으로 인한 피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검찰은 "가해 기업들 안전불감증으로 이 사건이 벌어졌다"며 "대형기업임에도 (반박) 자료를 내고 (오히려) 피해자들이 왜곡한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가해 기업 책임은 매우 무겁다"며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결과를 보지 못하고 돌아가신 분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이 재판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받는 피해자들에게, 마음껏 달리고 싶다는 아이들에게 한줄기 빛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검찰은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한 SK케미칼 홍 전 고문과 한모 사업본부장에게 각 금고 5년을 구형했다. 조모 마케팅팀 스카이바이오 팀장과 이모 신규사업팀 직원에겐 금고 4년을 구형했다.
가습기살균제를 판매한 애경산업 안 전 대표는 금고 5년을 구형 받았다. 검찰은 같은 회사 임직원 진모씨와 이모씨는 금고 4년을, 백모씨는 금고 4년6개월을, 김모씨는 금고 3년6개월을 구형했다.
이마트에서 제품을 판매하게 한 홍모씨는 금고 5년을, 최모씨는 금고 4년을 구형받았다. 검찰은 필러물산 측 김진권 대표이사에게 금고 4년을, 김모씨는 금고 3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앞서 검찰은 2016년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을 꾸려 수사한 후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을 원료로 가습기살균제를 만든 옥시 등 관계자들을 기소했다.
하지만 당시 CMIT(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 유해성은 입증되지 않아 이를 원료로 가습기살균제를 만든 애경산업·SK케미칼 등은 기소되지 않았다.
이후 검찰은 CMIT·MIT 유해성 역학조사 자료를 쌓아 2018년 재수사를 개시해 8개월간 수사 끝에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 34명 등을 재판에 넘겼다.
재판 쟁점은 가습기살균제 원료 CMIT·MIT 유해성 여부였다. 이후 가습기살균제와 폐 질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논문이 나왔다.
안전성평가연구소에선 쥐 대상 가습기살균제 원료를 반복·상대적으로 투여해 해당 원료들이 폐섬유화를 일으킨다는 논문을 냈다. 해당 논문 저자는 증인으로 출석해 유해성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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