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5거래일 연속 역대 최고치 경신 행진을 마감한 가운데, 단기 과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코스피가 중장기적으로 우상향 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크지만 짧은 기간에 급등한 만큼 당분간 호재보다 악재에 보다 민감한 모습을 보이며 단기적으로 조정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거래일 대비 44.51포인트(1.62%) 하락한 2700.93으로 마감했다.
전날보다 0.31포인트(0.01%) 하락한 2745.13으로 거래를 시작한 코스피는 장 중 하락세를 유지해 최근 5거래일 연속 역대 최고치 경신 행진을 마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증시 급등으로 누적된 상승 피로도와 코로나19 재확산 장기화, 미국 단기 연방 예산안 표결에 따른 추가 경기 부양책 논의 지연 우려, 영국과 유럽연합(EU)의 무역합의 지연 등 복합적인 불확실성 확대 변수들로 차익실현 욕구가 높아진 모습을 보여 하락 마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코스피 등락 과정에서 장 중에 조정이 있더라도 후반에 낙폭을 축소하거나 상승 반전하는 힘을 보여줬지만 오늘(8일)은 장 후반까지 낙폭을 줄이지 못했다"며 "상승 에너지가 약해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시장에서는 최근 코스피 상승 랠리에 따른 단기 과열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 대선 종료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원화 강세와 코로나19 백신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감 등으로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유입되면서 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는 상황이지만 속도가 지나치게 가파르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이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최근 신고점을 연일 경신하면서 경기 펀더멘털에 비해 높은 주가에 대한 부담도 누적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안 연구원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코스피 시가총액은 과거 버블 사례만큼 높아졌다"며 "GDP보다 짧은 빈도로 발표되는 수출금액을 기준으로 봐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1990년대 이후 수출금액과 코스피 사이에 추세적으로 형성된 상관관계를 보면 최근 12개월 수출금액에 비해 현재 주가 수준은 다소 높다"며 "역으로 계산해 현재 주가 수준인 코스피 2700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연간 7500억 달러 규모의 수출금액을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는 최근 12개월 수출금액 대비 48% 증가한 수준으로 기저효과를 감안해도 내년 수출 증가율 전망치 컨센서스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수치"라고 설명했다.
이경민 연구원도 현재 코스피가 이미 과열 수준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11월 급등세로 코스피 상대강도지수(RSI·하락일 대비 상승일 비율)는 현재 78.91%로 통상 RSI가 70%를 상회할 경우 과매수권으로 진입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지난달 13일 2500선 돌파 이후 RSI가 70%를 상회해 현재 과열 수준이 해소될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코스피 RSI가 지난 6월 10일 80.7%에서 6월 말 49.81%까지 떨어지고 지난 8월 13일 82.04%에서 20일 46.98%로 하락하는 과정에서 코스피도 떨어진 만큼 가격 조정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코스피는 각각 4.66%, 6.7% 하락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주식시장을 둘러싼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높은 멀티플 부담과 과열 양상을 고려하면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향후 주식시장은 호재보다 악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코스피가 단기 과열 양상에도 더 오르거나, 과열 국면에 진입하더라도 조정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상승 속도에 대한 부담감이 표출될 수 있는 시기라며 코스피가 과열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진우 연구원은 "코스피 전체 구성 종목 중 기술적 과열권에 진입한 종목이 전체의 15~20%를 넘어갈 경우 시장의 상승 탄력이 둔화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현재는 14% 수준으로 단기 과열권에 근접하고 있다"며 "다만 실적에 대한 기대치가 지금과 같이 높아진다면 조정 폭은 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에는 코로나19보다 경제 재개 기대감과 달러 약세가 더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 비우호적인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이들 변수의 방향성이 바뀌지 않는 한 코스피도 기존 경로와 다른 궤적을 그리진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