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창궐하고 비행기 길이 막히자, 기이한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매년 1월이면 골프장은 휴장에 들어가거나, 손님맞이를 위해 '겨울 골프'를 신설하고, 붕어빵과 어묵을 제공하는 등 특색있는 모습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사실 가만히 있어도 내장객이 찾아오면 골프장은 이러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다. 맞다. 올해는 큰 노력이 필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가오는 2021년 1월 골프장 그린피(골프장 이용료)가 10만원 이상을 기록했다. 부킹도 가을에 비해서는 오래 걸리지만, 속속들이 들어차고 있는 실정이다. 태국·필리핀·괌·하와이 등지로 골프 여행을 떠나던 인구가 국내에 눌러앉으면서다.
이제는 겨울을 비수기라 부를 수 없게 됐다. 조금 덜 될 뿐이다. 골프장들은 추운 날씨에도 어느 정도는 매출 방어가 가능해졌다. 코로나가 바꾼 상황, 또 무엇이 있을까.
◆ '겨울잠'을 잊은 골퍼들
골퍼들은 겨울 비수기 시즌이 도래하면 장비(골프채·골프웨어 등)를 개비하거나, 골프 레슨을 통해 내년 봄 새 시즌이 열릴때를 대비한다. 겨울을 나기 위한 동물들(곰·다람쥐)의 '겨울잠'처럼 말이다.
사실 동물이라고 모두 '겨울잠'을 자는 것은 아니다. 골퍼도 마찬가지다. 프로골퍼들처럼 쉼 없이 해외 전지훈련에 나서는 골퍼도 있다. 한 달 길게는 두 달이라는 시간 동안 추운 한국이 아닌 따듯한 동남아나 괌·하와이 등으로 떠난다.
이처럼 '겨울잠'을 자지 않는 골퍼들이 해외에 나가지 못하자, 단잠에 빠진 골퍼들을 깨우고 있다. 4인 1조로 나가야 하는 한국 골프의 특성 때문이다. 덕분에 1월 그린피가 10만원 이상으로 형성됐다. 코로나19 이후 치열했던 '싼 골프장 찾기' 전쟁이 겨울까지 이어진 셈이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발간한 '레저백서 2020'에 따르면 국내 골프 인구는 2015년 399만명에서 지난해 469만명으로 늘었다. 골프장 평균 영업이익률은 2015년 11.3%에서 지난해 22.5%로 늘었다. 올해는 코로나19 특수로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내장객이 늘어나니 골프장의 가치는 덩달아 상승했다.
◆ M&A 업계에서 '핫'한 골프장···홀당 가격 70억~80억원
코로나19로 골프장이 내장객들로 붐비자, 가치는 더욱 올라가 인수·합병(M&A) 업계에서 '핫' 해졌다. 한 홀당 가격이 70억~80억원 선으로 형성됐다. 담보가 확실하고, 그린피와 식음료 수익 등 현금 흐름이 꾸준하기 때문이다.
최근 매물로 나왔던 3가지 골프장 입찰을 보면, 홀당 가격과 평당 가격을 확인할 수 있다. 3곳 모두 10~20여 곳이 의향서를 제출한 바 있다.
두산그룹이 내놓았던 강원 홍천군에 위치한 클럽모우CC(27홀·대중제)는 '하나금융-모아미래도' 컨소시엄에 약 1850억원에 팔렸다. 홀당 68억 5000만원이다.
경기 안성시에 위치한 안성Q(18홀·퍼블릭)는 '아이젠인베스트먼트-라이노스자산운용' 컨소시엄에 약 1400억원에 팔렸다. 홀당 약 77억7000만원이다.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아시아나 컨트리클럽(36홀·회원제)의 예측 가격은 3000억원 안팎이다. 이를 36홀로 나누면 홀당 약 83억3000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골프장은 최소 25만평 이상을 보유해야 18홀이 나온다. 27홀은 최소 35만평 이상이다. 클럽하우스 등 시설은 제외해야 하지만, 코스 규모에 상관없이 한 홀당 약 1만3000평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평당 가격은 대략 50~60만원 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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