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당국 관리에도 ‘역대 최고’로 늘었다…규제 전 ‘막차 수요’ 몰린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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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훈 기자
입력 2020-12-0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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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아주경제 미술팀]

지난달 가계대출이 역대 최대 규모로 증가했다. 고신용자 대상의 대출 규제가 본격화되기 전, ‘막차 수요’가 몰린 여파다. 공모주 청약 및 생활자금 목적 대출도 꾸준히 늘어나며 증가세를 키웠다. 이는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에 ‘대출 조이기’를 주문한 이후의 결과다. 따라서 당국의 조치가 “특별한 실효성을 얻진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11월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982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보다 13조6000억원 급증한 수치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4년 이후 최대 규모 증가다. 월 중 증가액이 10조원을 넘어선 건 8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직접적인 원인은 ‘신용대출’이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전월보다 7조4000억원이나 늘었다. 직전 월(3조8000억원)에 비해 증가폭이 두 배가량 커진 것이다. 이 역시도 2004년 통계 집계 이후 최대치다. 월별 증가액이 7조원대로 올라선 것 자체도 이번이 최초다.

여기엔 대출 문턱이 높아지기 전, 막차 수요가 몰린 영향이 컸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30일부터 1억원 이상 고액 신용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이에 지난달 27~30일 나흘간 신용대출 잔액이 2조원이나 급증하는 일시적 ‘패닉 대출’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윤옥자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과장은 “(11월 기타대출 증가에는) 신용대출 규제가 시행되기 전에 자금을 미리 확보하려는 수요가 쏠린 게 영향을 줬다”며 “이외에 공모주 청약과 생활자금 목적 대출도 이어졌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은 전월보다 6조2000억원이 늘었다. 직전 월(6조8000억원)보다는 증가폭이 소폭 줄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6조원대를 유지한 만큼 “증가흐름이 지속됐다”는 해석이 많다. 지난달에는 전세자금대출 증가액이 2조3000억원으로 전월(3조원)보다 축소됐다. 다만, 기승인된 집단대출 실행이 늘고 주택 매매거래 관련 자금수요도 이어져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를 두고 금융당국의 대출 계획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지적이 많다. 이번 수치는 당국이 각 은행들에 대출 총량 관리를 주문한 이후, 나온 결과이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저마다 금리 인상 외에 한도 축소 등의 자구안을 내놨지만 전혀 약발이 먹혀들지 않았다.

이에 당국은 기존보다 한 차원 강화된 ‘대출 관리 대책’ 마련을 재촉하고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연내 총량 관리 목표 달성이 거의 불가능해진 2개 은행을 지목, 강하게 질책하며 '개별 면담'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은행들은 대출 문턱을 더욱 보수적으로 높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연말까지 대출상담사를 통한 주택담보·전세대출 모집을 전면 중단한다. 우리은행도 오는 11일부터 '우리 원(WON)하는 직장인대출'의 판매를 중단한다. 하나은행도 전문직에 대한 대출한도를 더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2월엔 대출시장 상황이 한층 나아질 확률이 높다. 한은도 내달에는 가계대출이 다소 진정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윤 과장은 “통상 12월과 1월에는 상여금이 많이 들어와 증가세가 10~11월에 비해 축소되는 경향이 있다”며 “여기에 규제 효과도 힘을 보태 11월보다는 (증가폭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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