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지켜보는 수출업체들의 근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 원화 가치 상승은 곧 가격경쟁력 하락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다만 예년과 같이 조급한 표정은 아니다. 주요국 대비 화폐가치를 나타내는 ‘실질환율’이 아직까지 과거에 비해 높은 편은 아닌 게 위안거리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방향보다 중요한 게 속도”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뛰는 위안화에 원화도 덩달아 ‘고공행진’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087.7원에 마감했다. 지난 10월 6일 1158.2원에서 두달 새 70.5원이나 빠진 셈이다. 환율이 떨어진 건 곧 원화 가치가 상승한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곧 원화 가치 상승으로 연결됐다. 통상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인 만큼 두 나라 경제의 상관관계가 깊고 그만큼 환율도 비슷한 흐름으로 움직인다. 한국의 대중국 무역은 전체 무역의 25%가량을 차지한다.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중국과 한국이 같은 신흥국으로 분류되는 점도 연동성에 힘을 보탠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중국에서 이탈하려는 자금이 이머징(신흥시장) 지수에 투자하던 자금을 회수하면 한국 시장에서도 자연스럽게 외국인 매도가 나타난다"며 ”결국 원화·위안화를 동조시키는 데 일조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위안화 자산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원화로 헤지(위험회피)를 하는 경우가 많은 점도 동조화 배경 중 하나다.
물론 원화 강세를 촉진하는 요인이 위안화뿐만은 아니다. 미국의 대규모 양적 완화, 미국 내 추가 경기부양책 합의 가능성, 코로나19 관련 백신 개발, 국내 경제지표 개선 등도 원화 강세(달러 약세)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준다.
이에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 중 원·달러 환율이 1040원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원화 강세에도 수출 기업 “예상보다 양호” 전망
이 같은 상황을 보는 수출기업들의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환율이 떨어지면 막대한 환차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원화가치가 올라가면 막대한 영업 피해를 보는 구조인 것만큼은 자명하다.
다만, 아직까지 “최악의 상황은 아니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 중국 등 실제 주요 무역상대국과 비교해 화폐 가치를 나타내는 ‘실질환율’은 여전히 과거에 비해 높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결제은행(BSI)이 집계하는 우리나라의 실질실효환율은 지난 10월 기준 107.9로 나타났다. 작년 동월(108.5)보다 오히려 낮다. 2015년(110.2), 2017년(112.5) 동월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진다.
이번 원화 강세에 대한 수출기업의 부담이 과거에 비해 양호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질 환율을 낮추는 데도 원화와 함께 위안화가 초강세를 보인 게 영향을 줬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환율 동향을 보면) 실질실효환율 상승 폭보다 환율의 하락 폭이 더 큰 상황"이라며 "이는 수출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자금 유입에는 긍정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규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2018년 이후 실질실효환율은 안정적 흐름을 유지하는 중"이라며 "(원화 강세가) 수출 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뜨릴 정도는 아니다"고 진단했다.
다만 원화 가치 상승 흐름이 이어지는 건 여전히 경계해야 할 요인이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11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11월 1일부터 이달 8일까지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4.6% 급등했다. 이는 세계 12개 주요국 통화 중 여섯째로 큰 상승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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