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가 ‘여자 없는 남자들’ 이후 6년 만에 소설집을 내놨다. ‘일인칭 단수’는 주인공 ‘나’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단편 8편으로 구성됐다. 작가의 에세이를 읽는 기분을 갖게 하는 작품은 독자들을 ‘하루키 월드’로 초대한다.
출판사 문학동네는 최근 하루키의 신작 ‘일인칭 단수’를 출간했다. 책은 나오자 마자 국내 베스트셀러 집계 순위에서 상위권에 위치했다.
첫 장편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부터 ‘기사단장 죽이기’까지 하루키의 작품 세계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일인칭 화자의 정체성과 그 역할이다.
‘하루키 월드’ 속의 ‘나‘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며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고, 한편으론 비현실적인 매개체를 통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인다. 현실과 상상을 마음껏 오고 간다.
학생운동의 소용돌이 속에서 대학 생활을 보내고 재즈와 클래식을 영감의 원칙으로 삼아온 작가의 삶을 알고 있는 독자들에게 ‘일인칭 단수’는 오래된 ‘하루키의 일기’를 보는 설렘을 준다.
보통 일기에는 좋아하는 것을 적는다. 비틀스·일본프로야구팀인 야쿠르트 스왈로스·로베르트 알렉산더 슈만·알토색소폰의 대부 찰리 파커 등 대중적인 소재들로 전하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특히나 야구장에서 느끼는 다양한 기분들을 생생하게 풀어쓴 ‘야쿠르트 스왈로스 시집’이 인상적이었다.
1978년은 작가에게 특별한 해다. 만년 약체였던 야쿠르트가 창단 29년 만에 그해 일본시리즈에서 우승을 했고, 하루키 역시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는 첫 장편소설을 완성했다.
하루키는 책 속에서 “물론 그저 우연의 일치겠지만, 그래도 내 입장에서는 작지 않은 인연 같은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고 적었다.
1루수 쪽 내야 아니며 우익수 쪽 외야에 앉는 걸 좋아하는 하루키는 야구장에 가면 제일 먼저 흑맥주를 마신다고 한다.
인기가 많은 라거 맥주 판매원은 많았지만, 흑맥주 판매원은 많지 않았다. 일반인들은 라거 맥주를 파는 줄 알고 흑맥주 판매원을 부르는 일도 많았다. 본인이 헛갈려 놓고 화부터 내는 사람도 종종 있었다.
“죄송합니다. 저기, 이거 흑맥주인데요”라는 소년의 말에 하루키는 “죄송할 필요 없어요 전혀. 아까부터 흑맥주가 오기를 기다렸거든요”라고 답했다.
하루키는 소설을 쓰면서 그 소년과 똑같은 기분을 맛볼 때가 종종 있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 한명한명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적었다. “죄송합니다. 저기, 이거 흑맥주인데요”
수많은 독자들을 대신해 인사를 전한다. “죄송할 필요 없어요. 전혀. 아까부터 흑맥주가 오기를 기다렸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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