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세입자 없으면 앉은 자리서 1억 올려도 나가요"...탄천 건넌 빌라 '패닉바잉'

  • 강남구, 서초구 빌라 매매시세 수천만원 올라

  • 전세>매매 역전 사례도 나와...인근 송파, 강동 등도 꿈틀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상승을 견디지 못한 3040대들이 강남 빌라 패닉바잉에 나서면서 이 일대 가격상승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사진은 역삼동 일대 빌라]


"30년 된 구축빌라도 세(입자)가 안 끼어 있으면 부르는 게 값입니다. 당장 앉은 자리에서 1억씩 올려도 나가요."

강남 아파트 시세가 평당(3.3㎡) 1억원을 돌파하고 전세가격도 급등하면서 서민들의 주거지로 꼽혔던 빌라의 가격상승 조짐도 심상치 않다.

특히 강남을 중심으로 한 서초, 송파, 강동 등 강남 4구의 빌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빌라는 아파트와 달리 정확한 가격 파악이 불가능한데, 이 일대 실입주 가능한 매물은 부르는 게 값이 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13일 강남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20년 이상 운영하고 있는 한 중개인은 "빌라 매수 문의가 이렇게 뜨거웠던 적은 처음"이라며 "빌라는 아파트 대체재가 아닌데도, 아파트 전세를 구하지 못한 다급한 이들이 실입주 가능한 빌라를 찾아 달라고 문의한다"고 말했다. 이어 "빌라 전세가 워낙 귀하니 매수 문의도 하루에 5건씩 오는데 물건이 없다"면서 "물건만 나오면 연락해 달라는 리스트에 20명쯤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강남구 논현동, 역삼동, 서초구 서초동 일대 부동산 7곳을 돌아 중개인들을 만나 보니 다들 표정은 비슷했다. 논현동 J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너무 늦게 왔다"면서 "거주할 만한 물건들은 전세도 매매도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개업소에서는 "전세가 2~3건 있는데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 추천해 드리기가 좀 그렇다"면서 "불법증축 때문에 대출도 안돼 현금으로 5억~6억 정도가 필요한데 괜찮겠느냐"고 물었다. 가격협상 가능성을 물어 보니 "불가능하다. 분위기를 몰라도 한참을 모른다"면서 "전세의 경우 아침에 매물이 나오면 점심 전에 집어가는 게 요즘 분위기"라고 했다.

지하철 2호선 역삼역, 선릉역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역삼동 인근 구축빌라도 최근 몇 달 사이에 수천만원씩 올랐다는 게 중개업소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역삼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일대 매물은 최근 한 달 사이에만 벌써 5000만~8000만원씩 올랐다"면서 "1인 가구를 위한 빌라가 대부분이고, 신혼부부나 4인 가족이 거주할 만한 방 2~3개짜리 매물은 입주 일정이 빠른 순서대로 프리미엄이 붙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 일대 2001년에 지어진 방 3개짜리 전용 76~82㎡빌라 매매가격은 7억~8억원 선에 형성돼 있었다. 건축연도가 15년 안팎이고, 전용 100~130㎡쯤 되는 괜찮은 매물은 가격이 10억~15억원대에 육박했다. 이 관계자는 "같은 돈으로 아파트를 갈 수가 없으니 아예 빌라 매수로 돌아서려는 수요가 많다"면서 "빌라라도 더 오르기 전에 사둬야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니까 호가도 많이 올라갔다"고 말했다.

빌라 '패닉바잉'은 강남구의 경계선인 탄천을 넘어 인근 송파구, 강동구로 옮겨붙고 있다. 이 일대에서는 빌라 전세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매매가를 뛰어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송파구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주에 방 3개, 화장실 2개짜리 빌라 전세계약을 6억5000만원에 체결했는데, 작년까지만 해도 매매가가 5억 후반대인 물건이었다"면서 "전세시세가 전부 작년의 2~3배 정도 올랐다"고 말했다.

강동구도 준공 5년 안팎의 방 3개짜리 신축 빌라 전세가 4억원까지 치고 올라왔다. 강동구 M공인 관계자는 "전세 시세가 작년의 1.5~2배 정도 올랐다"면서 "이 일대는 20~30대 수요층이 워낙 많아 만성 공급적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파트 전세가가 9억원쯤 돼도 물건이 없으니 아예 젊은 부부들은 신축 빌라 매수로 돌아서고 있다"면서 "특히 최근 천호동에 개발 호재가 집중되면서 하남, 구리, 남양주에서 역진입하려는 대기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0월 빌라와 단독주택 거래량(12월 13일 기준 5399건)은 아파트(4369건)를 넘어섰다. 지난달 거래량도 3850건을 돌파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지역 빌라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 10월 기준 3억673만원으로 통계를 집계한 2008년 12월 이후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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