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1일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와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과 화상 간담회를 하고 북핵 해법을 논의했다. 이어 이날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와 오찬을 가졌던 켄트 해슈테트 스웨덴 한반도 담당 특사와 비공개 면담을 했다.
이 장관과 해슈테트 특사의 면담은 화상 간담회 이후, 비건 부장관 오찬 이전에 이뤄졌다. 이 때문에 이 장관이 오전 화상 간담회에서 논의된 북핵 해법 방안을 해슈테트 특사를 통해 비건 부장관에게 전달했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날 화상간담회에선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의 실질적 진전을 이루기 위한 북·미 비핵화 협상 해법에 대한 토의가 진행됐다.
헤커 박사는 “북한 비핵화 과정에 있어 영변의 의미가 과소평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북핵 협상에 있어 과학과 기술에 기반을 둔 정교한 정책 추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헤커 박사는 전날 연세대 백양누리 그랜드볼룸에서 열리고, 문 특보도 참석한 ‘2020 한반도 평화정책 국제심포지엄’에서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며 협력적 전환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협력적 전환은 가능할 것”이라며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를 원자력 의료, 원자력 에너지 등 민간 용도로 전환하도록 만들거나 우주공간 활용에 사용하도록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헤커 박사는 이날 간담회에서 ‘비핵화’가 장기적인 과정인 만큼 외교적 접근과 함께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남북이 협력해 평화를 조성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과거의 비핵화 협상을 언급하며 제재 압박만으로 북한 비핵화 실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재 완화를 정책수단으로 고려하는 유연한 접근을 거론했다.
대북제재 조치가 북한 비핵화 진전에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을 과거의 협상을 통해 확인한 만큼 제재 압박 카드를 버리고, 오히려 제재 완화로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문 특보는 북측의 행보에 따라 조 바이든 차기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 선택도 달라질 수 있다며 한·미 간 정책 공조 중요성에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바이든 당선인이 대북정책 추진과정에서 동맹인 한국 정부와의 긴밀한 협의를 강조해온 만큼, 한·미 정책 공조를 통해 긍정적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고 했다.
문 특보는 전날 심포지엄에서 미·중 대립 국면에서 전략적 파트너인 중국보다는 동맹 관계인 미국에 더 관심을 둬야 한다고 말해 주목을 받았다.
문 특보는 정부 내 이른바 ‘자주파’의 대표주자로 그동안 적극적인 남북 협력과 미·중 사이 균형 외교에 목소리를 내왔었다. 그런 그가 중국보다 한·미동맹에 더 관심을 둬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내년 1월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을 강조하는 만큼 현시점에선 한·중 관계보다는 한·미 관계에 공을 더 들이겠다는 정부의 의중이 담겼다는 분석이다.
헤커 박사와 문 특보의 조언에 이 장관은 현재 한반도 정세변화의 시기에 가능성과 기회를 잃지 않고,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구축을 위해 다시 전진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나가겠다고 했다.
한편 이 장관은 화상 간담회 이후인 이날 오전 11시 해슈테트 특사와 면담했다. 해당 면담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해슈테트 특사는 그동안 북·미 비핵화 협상 진전을 위한 촉진자 역할을 한 인물로, 지난해 1월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실무협상을 성사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는 이날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식당에서 비건 부장관과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오찬을 통해 북·미 비핵화 협상을 위한 한국·미국·스웨덴 3국 공조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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