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남·북·미의 해법 모색에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북한의 향후 5개년 국가운영 향방을 결정할 노동당 제8차 대회 개최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미가 북핵 해법 모색을 위한 물밑 작업에 나서는 가운데 북한은 ‘80일 전투’를 통한 내치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제8차 당 대회가 대북제재 장기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해 등 삼중고에 따른 경제난 속 미국 정권 교체를 앞두고 열리는 만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내놓을 메시지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김 위원장이 ‘브로맨스’를 자랑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실패가 확정된 미국 대선 결과와 이에 따른 대미(對美) 정책을 언급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北 최대정치행사 ‘8차 당 대회’ 개최일은 언제?
국가정보원은 최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보고를 통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당 대회 개최일이 예정된 일정보다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은 앞서 제8차 당 대회 개최 시기를 ‘정초’로만 언급할 뿐 자세한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또 북한이 최근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최고인민회의 개최와 제8차 당 대회 준비를 논의했다고 밝힘에 따라 당 대회는 예정대로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통상적인 정치일정을 고려해보면 제8차 당 대회는 내년 1월 10일 전에 개최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북한은 당 대회를 목표로 ‘80일 전투’ 성과 달성에 매진하고 있어, 80일 전투가 끝나는 시기에 맞춰 당 대회가 열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북한이 ‘80일 전투’ 종료일은 오는 30일로 추정된다. 북한이 ‘80일 전투’ 종료일을 밝힌 적은 없다. 하지만 지난 10월 26일 조선중앙TV에서 공개된 ‘김정숙 평양방직공장’ 소개 영상에서 10월 13일을 ‘80일 전투 2일 차’로 표기했다.
이를 근거로 ‘80일 전투’ 종료일은 30일로, 31일에는 ‘80일 전투 성과 총결산’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아울러 당 대회는 ‘80일 전투 성과 총결산’ 이후 이른 시일 내에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내년 1월 1일에 신년사를 하고, 다음날인 2일에 당 대회가 개최되고, 같은 달 18~24일 사이에 한국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4차 회의가 열릴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또 일부에선 김 위원장의 생일인 1월 8일에 당 대회가 개최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통일부는 제8차 당 대회와 관련된 구체적인 일정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례적 ‘1월 당 대회’, 美 정권 교체 의식했나
제7차 당 대회는 지난 2016년 5월에 개최됐다. 통상 당 대회가 5년 주기로 열리는 것을 고려해 북한의 제8차 당 대회는 2021년 5월에 개최될 것으로 관측됐었다. 그러나 북한은 예상을 깨고 ‘1월 당 대회’를 예고했다.
북한의 ‘1월 당 대회’ 개최 예고는 미국의 정권 교체 시기를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톱다운(Top down·하향식)’ 방식을 추구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대신 ‘보텀업(Bottom-up·상향식)’ 방식을 선호하는 바이든 시대 출범에 맞춰 당 대회를 개최하고, 이를 통해 대외전략을 수립할 거란 얘기다. 미국 정권은 지난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내년 1월 20일(현지시간)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전환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미국 신(新)정부의 대북정책에 사후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미국의 대북정책 수립에 영향을 주는 것에 중점을 두고 선제 (대미) 메시지를 제시하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이 당 대회에서 전할 발언 내용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2021년은 김 위원장의 집권 10주년이다. 이에 따라 제8차 당 대회에서는 ‘김정은 시대의 통치체제 정비’가 성과의 핵심으로 언급되고,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 나올 전망이다.아울러 바이든 정부를 의식한 전략무기 과시 행보가 등장할 가능성 수도 있다.
홍 실장은 “북한이 무기를 개발해 온 과정과 향후 계획에 대해 직·간접적인 발언을 낼 수도 있다”면서 이는 바이든 정부를 향한 대미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남 메시지도 나올 것으로 보이나 남북 관계를 극적으로 변화시킬 내용은 없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현재 북한은 코로나19 방역사업에 매우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완화되지 않으면 남북 교류협력 나아가 관계 개선도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 8일 담화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북한 코로나19 대응 관련 발언을 ‘망언’이라고 비난하며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고, 아마도 정확히 계산돼야 할 것”이라고 경고장을 날린 바 있다.
김 제1부부장은 강 장관이 지난 5일 바레인에서 열린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글로벌 거버넌스에 참석해 북한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는 것에 대해 “이상한 상황”이라고 한 것에 대해 “얼어붙은 북남 관계에 더더욱 스산한 냉기를 불어오고 싶어 몸살을 앓는 모양”이라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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