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시 승객 구조실패로 재판을 받는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재판에서 "선박이 40도 기울어졌을 때까지도 심하게 기울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2부(양철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전 청장 등 11명에 대한 공판에서 이 같은 진술이 나왔다.
검찰은 공소장에 '배가 기울어 복원력이 없어져 퇴선 명령을 내렸어야 하는데, 피고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기재했다. 이와 관련 김 전 청장 측은 '세월호가 예상보다 빨리 침몰한 것이고, 다른 선박도 그런 경우다 있는가'라고 이 전 국장에게 물었다.
그러나 이 전 국장은 "초기에는 경사가 심하게 기울지 않았다"며 "상황실에서 처음 인지한 후 급격히 기울어 해수가 들어와 침몰한 것이고, 수밀문(배 수밀 격벽 출입구에 장치해 닫으면 물이 새지 못하도록 된 문)이 닫혀있었다면 오랫동안 떠 있었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장은 이 전 국장에게 "초기에 인지했을 때가 40도인데 세월호 정도 되는 큰 배가 40도던, 50도던 기울었던 것이면 매우 비정상적인 상황 아닌가"고 꼬집었다. 초기 인지 단계부터 승객 퇴선 명령을 내려 피해를 줄이도록 노력했어야 한 게 아닌가는 지적이다.
이 전 국장은 "세월호와 같은 조선소에서 만든 일본 선박은 50도가 기울어졌어도 침몰하는데 5시간이 걸렸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선체조사위 등에서도 세월호가 다른 선박과 달리 비정상적인 적재량 등을 갖췄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3일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에서 국가정보원이 세월호 도입·운항·참사 직후까지 개입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을 두고, 해경 측 책임을 회피하려는 주장으로 보인다.
이후 김 전 청장 측은 퇴선 명령 책임이 선장에게 있다는 논리를 피는 질문을 했다. 이에 대해 이 전 국장은 "40도 이후 복원력이 없다면 일반적인 퇴선 명령을 내렸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선장이 퇴선 명령을 내릴 법적 권한을 갖고 있다고 알고 있다"며 퇴선 명령을 지휘하지 않은 책임은 선장에게 있다고 답변했다.
이는 재판장이 앞서 '40도가 기운 비정상적 상황에서 조치하지 않는 것'을 지적할 당시엔, "빨리 침몰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반박했지만, 오히려 '세월호가 40도 기운 상황에서 초동조치를 취하지 못한 행위'는 선장에게 책임을 돌린 것이다.
그러자 검찰 측은 재반대심문을 통해 "해상안전법도 선장 등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해경이 승객 퇴선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며 "실제로 123정장 같은 경우 퇴선 유도 조치 하지 않아서 유죄판결 확정됐다"고 반박했다. 또 "선장과 해경이 인명 구조 차원에서 차이가 있는가"고 꼬집었다.
재판장도 "당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승객을 탈출하라고 지시할 수는 없었냐"며 "선장은 몇 분째 연락이 안되고, 처음부터 이 배는 복원력이 상실되고 시시각각 상황이 나빠지는 건데 상황반장인 증인이 상황실에 높은 분 있었잖아 건의해서 명령을 내릴 수는 없었나"고 지적했다.
김 전 청장 등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승객들의 퇴선 유도 지휘 등 구조에 필요한 주의 의무를 태만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김 전 청장 등이 세월호가 침몰하기 시작한 상황에서 해경 매뉴얼 등에 따라 피해자들을 수색·구조해야 할 업무상 주의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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