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에 앞서 안경을 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과 이를 대응하는 청와대의 대처가 잇따라 논란의 중심에 섰다. 원래 그래왔던 인식과 기조가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레임덕의 전조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사례로 봤을 땐 보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의 갈등, K-방역으로 대표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 크게 두 건으로 나눌 수 있다.
요새 신조어로 빗대자면 ‘낄끼빠빠’가 안 된다는 것이다. 흔히 중년층을 향해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라’는 것의 줄임말이다.
14일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보좌관 회의에서도 코로나 19 사태로 촉발된 경제 위기와 관련해 수출·주가 등 각종 긍정적인 경제지표가 언급되며 장밋빛 전망들로 대부분의 모두발언이 채워졌다.
문 대통령은 “기업의 현재 실적과 미래 가치를 보여주는 주가 상승세는 우리 경제의 희망을 보여주는 객관적 지표”면서 “코스피와 코스닥지수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주가 3000 시대 개막에 대한 희망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련의 증시 상승은 국내 경제보다는 글로벌 유동성 과잉에 의한 측면이 크다는 점에서 선뜻 공감하기 어려운 대목이었다.
물론 논란이 된 현안들마다 각각 나름의 사정과 이유는 있었다. 이날 수보 회의만 해도 전날 10개월 만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 직접 주재하며 방역 관련 메시지를 냈기 때문에 바로 다음날에는 정부의 3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맞물려 경제 활력에 대한 언급을 해야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경기 침체와 코로나19에 대한 공포로 휩싸인 현재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일반 국민들이 이런 낙관론을 과연 체감할 수 있느냐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최근 문 대통령의 발언들은 국민들에게 전혀 와 닿지 않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면서 “이는 소통을 하지 않아 생긴 불통의 결과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단 정책 수정과 사과를 하려면 빨리 해야 하는데, 모든 것들이 늦는다면 결과적으로 해당 조치도 늦는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실제 집권 4년차 문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선은 취임 초의 ‘소통’의 이미지 보다는 ‘불통’으로 각인돼 있다. 반대하는 국민이나 야권을 설득하기보다는 개혁이라는 것을 명분 삼아 정당성을 ‘주입’시키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평가다.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갈등 현안을 중재하기보다 회피 혹은 관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두고 ‘선택적 침묵’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검찰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침묵했던 추-윤 갈등이 대표적인 예다.
결국 문 대통령은 ‘콘크리트’로 평가받던 자신에 대한 국정수행 지지율이 37.4%으로 떨어진 지난 7일 국민들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다.
코로나 방역 낙관론은 과유불급의 경우다. 문 대통령이 코로나에 대해 낙관적 발언을 한 직후 확진자가 늘어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혹자는 ‘계속 죽는 소리만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항변하는 이들도 있으나, 백신과 치료제 등 객관적인 처방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코로나 재확산 국면에서 오히려 결과적으로 안 하니만 못한 발언들이 계속 나오면서 국민들의 신뢰만 잃어가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지난 2월 ‘코로나 종식 발언’ 이후 대구 집단 감염 사태, 최근 ‘긴 터널’ 발언 후 확진자 1000명대 기록 등 수차례 반복됐다.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홍보하는 청와대의 대응방식도 안일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11일 경기 화성의 공공임대주택 방문 과정에서 주택정책과 언론을 대하는 인식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른바 ‘13평(전용 44m²)에 아이 둘 발언’이다. 청와대는 예정됐던 일정이라고는 했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방문을 강행해 논란을 좌초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더군다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아직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신분으로 ‘의전’을 해야했다.
코로나19의 대확산으로 여론이 들끓고 있고, 국회에서는 각종 법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대립 중인 상황에서 굳이 방문을 했어야 하는 논리다.
문 대통령이 공공임대주택 현장 방문 당시 44㎡(13평) 투룸 세대를 둘러보면서 ‘4인 가족도 살겠다’, ‘(부부가) 아이 둘도 키우겠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보도된 것이 시작이었다.
문 대통령은 투룸인 44m² 아파트 세대를 방문했을 당시 변 후보자가 아이들 방을 보여주면서 “방이 좁기는 하지만, 아이가 둘 있으면 (2층 침대) 위에 1명, 밑에 1명 잘 수가 있는데 이걸 재배치해서 책상 2개를 놓고 같이 공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그러니까 신혼부부에 아이 1명이 표준이고, 어린아이 같은 경우에는 2명도 가능하겠다”라고 했다.
청와대는 ‘가능하겠다’는 뒤에 물음표가 들어간 질문이었다며 다음날인 12일 하루 사이에 무려 3번의 서면 브리핑을 내면서 일부 언론의 보도를 왜곡 보도, 정치인들의 비판을 정치 공세로 규정하는 등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국민들은 문 대통령이 현장에서 아마 부동산 대책에 대한 실패를 겸허히 인정하고 공공임대주택 정책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부동산 대란의 ‘고육지책’이라는 점을 듣고 싶었을 것”이라며 “국정을 소통이 아니라 홍보로 바라본 청와대의 ‘홍보만능주의’가 낳은 예고된 참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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