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출신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대법관 재판연구원 시절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을 비판하는 학술대회를 저지하지 않아 갑자기 전보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원 당시 대법원 총괄재판연구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도 증언했다.
이 의원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36부(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15일 열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86차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밝혔다. 임 전 차장은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재판 중이다.
이 의원은 '업무 능력이 떨어져 대전지방법원으로 이동시켰다'는 이원 前대법 총괄재판연구관의 증언이 있었다고 임 前차장 측 변호인이 전하자 "이 연구관은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제대로 도운 적이 없고, 결론을 두고 항상 싸우기만 했다"고 곧바로 반박했다.
특히 "인격적으로 저에게 문제가 되는 행위를 두 번이나 했다"고 답했다. 변호인이 어떤 행위인지를 묻자 "성추행을 당했다. 두 번이나 지나가면서 팔을 올려놓고...."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이에 임 前차장 측 변호인이 웃는 표정을 짓자 "왜 웃습니까"라며 강력히 항의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이규진 당시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사법농단 핵심으로 지목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에서 '이수진 판사가 상고법원 추진에 도움을 줬다'는 증언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이 의원은 "당시 인권법연구회는 상고법원 반대 입장이 많았으며 저도 당연히 반대했다"며 "1심 역량을 강화해야지 1·2심을 거쳐 상고법원까지 고통을 안기는 건 큰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이 판사 시절 활동한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인권보장을위한사법제도소모임(인사모)은 2017년 '제왕적 대법원장 인사권 제한'을 주제로 연세대학교와 공동학술대회를 열려고 했다.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을 비판하는 행사라고 판단한 임 전 차장은 이 전 상임위원을 통해 개최를 저지하려 했으나 실패하자 이 의원을 대법원에서 대전지법으로 부당하게 인사 조처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이 학술대회와 관련 '당시 이탄희 판사와 통화하지 않았냐'고 이 의원에게 물었다.
이 의원은 "이 전 상임위원이 나를 두 번이나 불러 학술대회를 막으라고 했지만 '법원행정처가 막으면 행정처가 질 것'이라고 답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전 상임위원이 학술대회를 열면 연구회원과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빠지게 할 것이라고 압력을 넣었다"며 "이를 이탄희 당시 판사 등에게 전달한 것이지 열지 말라고 종용한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날 재판에선 이 의원이 대전지법으로 전보된 뒤 당시 차문호 부장판사와 사적으로 나눈 대화가 행정처에 보고된 정황도 확인됐다. 임 전 차장 변호인이 두 사람이 나눈 대화를 공개하면서다.
이 의원은 "차 판사와 사적으로 한 얘기가 행정처에 보고된 것이냐"며 "어떻게 개인적으로 이야기 나눈 것을 행정처에 보고했냐"고 경악했다.
이날 오후엔 또 다른 사법농단 피해자로 알려진 이탄희 의원이 증인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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