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리·산드로·라이크라···" 공격적 M&A로 '부채 부메랑' 맞아
14일 중국 상하이청산거래소에 따르면 산둥루이과기그룹(이하 루이그룹)은 이날 만기가 도래하는 원금 10억 위안, 연 금리 7.5%의 3년물 어음을 상환하지 못했다. 이로써 루이그룹도 최근 중국 회사채 시장에 이어지는 디폴트 도미노 대열에 합류했다.
루이그룹은 지난 1993년 산둥성에 설립된 중국 민영 간판 방직의류기업이다. 지난 2010년부터 일본 패션기업 레나운(RENOWN), 산드로(Sandro), 마주(Maje) 등을 보유한 프랑스 명품 SMCP그룹, 영국 아쿠아스큐텀(Aquascutum), 라이크라(Lycra), 발리(Bally) 등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를 잇달아 인수하며 ‘중국판 루이비통’을 꿈꿔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루이그룹이 현재 갚아야 할 부채가 약 40억 달러다. 써우후차이징은 루이그룹이 올해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만 100억 위안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게다가 앞서 2010년 인수한 일본 레나운이 최근 기업 회생절차를 중단하고 파산하면서, 루이그룹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루이그룹 실적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올 들어 3분기까지 매출은 21% 증가한 10억8100만 위안이었지만, 같은 기간 순익은 70% 이상 고꾸라진 2063만 위안에 그쳤다.
자금 위기에 시달리며 납품업체 대금이 연체되는 것은 물론, 기업 인수대금도 지불하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앞서 2018년 2월 인수를 선언한 발리 인수대금 7억 유로도 아직 치르지 못해 차일피일 연기하고 있다.
사실 루이그룹의 디폴트는 올초부터 예견돼 왔다. 지난 3월부터 두 차례 10억 위안 원금 회사채 이자를 지불하지 못해 채권단 동의를 얻어 이를 간신히 연기했다. 15일 회사채 이자 상환이 또 한 차례 예정돼 있지만, 이를 제때 낼 수 있을지, 아니면 또 다시 연기할지는 불확실하다.
이미 루이그룹 달러채 가격도 폭락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역외 시장에서 2022년 만기가 도래하는 루이그룹 자회사 성마오홀딩스(盛茂) 3억 달러 짜리 달러채는 20센트로 가격이 폭락했다.
◆ 지방정부도 손 떼나···자금난 극복할지 '미지수'
루이그룹 뿐만이 아니다. 지난 10월말 BMW 합작사 화천(華晨)그룹을 시작으로 허난성 국유석탄기업 융청메이뎬(永城煤電, 이하 융메이), 국유반도체기업 칭화유니그룹까지, 도미노처럼 이어지고 있다.
중국 최고 신용인 'AAA' 등급의 국유기업 회사채도 디폴트가 발생하자 시장 투자자들의 중국 회사채에 대한 불안감이 확대됐다. 특히 국유기업이 자금난에 처해도 정부가 더이상 구제해주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루이그룹은 민영기업이지만, 산둥성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주요 기업인만큼 사실 그동안 지방정부 지원을 받았다. 산둥성 산하 ‘지방정부융자플랫폼(LGFV, 地方政府融資平台)’인 지닝도시건설투자가 지난해 루이그룹 지분 26%를 35억 위안에 매입하고 회사채에 담보를 서는 방식으로 구제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 6월 지닝도시건설투자가 갑자기 루이그룹에서 손을 뗐다. 이를 놓고 FT는 최근 금융 리스크 확산세로 중국 당국이 지방정부 자금조달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리스크 부담이 있는 투자에 압박을 느낀 것이라고 풀이했다.
루이그룹이 자금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중국 경기 회복세로 내년 중국 정부가 통화정책 출구전략을 모색하며 유동성 회수에 나설 경우 자금난은 더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도 경고음을 냈다. 무디스는 지난 3일 루이그룹 신용등급을 'Caa1'에서 'Caa3'으로 강등하면서 신용리스크가 매우 높음을 경고했다. 무디스는 "경기 불확실성 속 유동성 긴축과 자금조달 어려움이 커지면서 12~18개월내 대량의 채무 만기가 도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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