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소집 예정인 북한 노동당 제8차 대회를 앞두고 북한의 ‘새로운 투쟁 노선’에 대한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북한은 대북제재 장기화 속 현재의 자력갱생 기조를 바탕으로 각 정책의 단계적 발전을 도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한의 2021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집권 10주년으로 상당히 의미가 있는 해이다. 제8차 당 대회에서 ‘김정은 시대의 통치체제 정비’가 성과의 핵심으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또 김 위원장이 제8차 당 대회에서 공개할 것이라고 예고한 북한의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 경제난 극복 해법이 될 지도 관심사다.
이를 위해 그동안의 북한 경제 정책 추진 변화를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북한의 경제 분석은 북·미 비핵화 협상 방안 모색과도 연결된다. 과거 미국 등은 경제가 붕괴하면 북한이 핵무기 등을 포기할 거라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경제제재와 핵무기를 맞교환하는 것을 북핵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현재의 북한이 더는 핵무기를 앞세운 경제적 보상을 원치 않을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북한이 이미 대북제재 장기화를 대비한 국가경제발전 구상에 돌입했다는 이유에서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8년 ‘경제건설과 핵 무력건설 병진노선’의 국가발전전략을 ‘사회주의 경제건설 총력 집중 노선’으로 전환, 자원배분의 우선순위를 군사에서 인민 경제 분야로 옮겼다.
최은주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16일 통일연구원 주최로 열린 ‘2020 KINU 국제학술회의’ 2일차 발표자로 참석해 “북한 경제는 김정은 집권 이후 과거보다 단계적, 종합적으로 변화했다”고 평가했다.
과거 ‘고전적인 사회주의 계획 경제’를 고수했던 북한은 김 위원장 집권 이후 대내적으로는 실제적 경영권 부여를 통한 분권화를 추진했다. 또 대외적으로는 무역주체 다양화, 경제특구정비, 경제 개발구 도입 등 대외경제관계 확대를 위한 제도도 마련했다.
최 연구위원은 북한의 대내 경제 변화 특징으로 ‘경쟁’과 ‘혁신’을 꼽았다. 소비재 생산 등 경공업 분야에서는 기술혁신, 품질, 신상품 개발 경쟁 활성화로 국산화를 실현하고, 이를 통한 자력갱생 정신을 실현한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북한이 대북제재 장기화를 극복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다만, 최 연구위원은 국산화를 통한 자력갱생 또한 대외 경제관계가 제대로 형성돼 있어야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북한 스스로 제품을 만드는 국산화에도 기술교류, 대외 자원유입이 필요하므로 결국 제재완화 및 해제가 이뤄져야 김 위원장이 구상하는 국가경제발전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 최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그러나 김상기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제재에 굴복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대북제재가 북한 경제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경제가 버티지 못할 정도로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 연구위원은 제재의 부정적인 영향이 주로 무역과 투자 부문 등 대외경제 부문 위축으로 이어짐에도 북한은 국산화 정책, 시장화 확산, 경쟁체제 도입 등으로 이미 상당한 수준의 내부 발전 동력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올해 초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충격으로 일시적으로 물가와 환율의 변동 폭이 커졌지만, 5월 이후 안정화 추세를 보인다”면서 무역과 투자 부문 감소로 경제발전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북한 주민의 일상생활은 이어지는 안정적인 경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상황이 북한 경제를 한층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에 입을 모았다.
이와 관련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학부총장은 전날 열린 ‘2020 KINU 학술회의’ 1일차 발표자로 나서 제8차 당 대회에서 공개될 북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2021~2025년) 계획의 주요 고려대상이 ‘코로나19’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양 교수는 김 위원장이 제2의, 제3의 코로나19 발생에 대비하고자 ‘보건의료 체계’를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향후 북한 경제는 양적 성장보단 질적 개선에 중점을 둘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경제난 이후 북한이 언제나 그랬듯 5개년 계획에서 경제 재건을 위한 획기적인 대책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고, 구체적인 목표 수치를 공개 발표할 가능성도 낮다”고 했다. 아울러 과학기술, 정보산업 등을 기반으로 한 ‘지식경제(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경제 전반의 비전으로 제시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근 국제교류재단(KF) 이사장은 전날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주최 포럼에서 북한의 디지털 발전 추구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 이사장은 “북한이 중국의 경제발전 모델을 차용한다면 디지털 쪽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면서 “디지털이 발달할수록 한류 등 외부 정보가 많이 들어와 (북한) 체제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중국의 디지털 플랫폼 안으로 들어가게 되면 상당한 데이터가 중국으로 이동하게 되고, 북한이 중국의 ‘천하질서’ 안으로 들어가게 될 위험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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