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코로나 폭락장에 자사주를 매입한 금융 증권사 경영자들이 연말 코스피 최고점 경신 행진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지난 3월 코로나19 여파로 주가가 최저점을 기록하자 증권사와 금융지주 대표들은 자사주를 대규모로 매입했는데 이후 주가가 급격하게 회복하면서 수익률이 급등했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자사주 매입에 나선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는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 양홍석 대신증권 사장, 김해준 교보증권 대표, 권희백 한화투자증권 대표 등이 있다. 금융지주사 대표들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 김기홍 JB금융 회장 등이 있다.
대체로 금융지주보다는 증권업계 대표들의 수익률이 돋보였다. 가장 평가 이익이 높은 CEO는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이다. 김 회장은 지난 3월 25일과 26일 양일간 총 26만3000주의 자사주를 사들였다. 평균 매입단가는 3만2622원이다. 취득비용은 85억7975만원으로 이후 김 회장의 지분율은 20.23%에서 20.7%로 높아졌다.
이날 기준 한국금융지주의 종가는 7만6800원으로 평가이익이 135.2%에 달한다. 약 9개월간 115억8000만원가량을 번 것으로 계산된다.
양홍석 대신증권 사장도 지난 2월 25일부터 4월 20일까지 45만4843주를 39억7304만원을 들여 매수했다. 주당 8735원에 순매수했는데 이날 종가 대비 57.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김해준 교보증권 대표도 지난 3월 교보증권 주식 1만주를 주당 4481원에 취득했다. 총 취득금액은 4481만원이다. 김 대표의 평가수익은 75.8%에 달한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와 권희백 한화투자증권 대표는 다른 증권사 대표들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지는 못했다. 정 대표는 지난 3월 2차례에 걸쳐 NH투자증권 보통주 5000주를 주당 9926원에 매입했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수익률은 20%에 달한다. 권 대표는 4만3700주를 1850원에 매입했는데 이날 기준 수익률은 17.6%에 달한다.
금융지주 대표들도 코로나 폭락장에 자사주를 대거 매입했다. 가장 많은 주식을 매수한 건 김지완 BNK금융 회장이다. 김 회장은 올해 들어 7만5000주의 자사주를 매입했는데 3월에 총 20차례에 걸쳐 자사주 6만6600주를 샀고 지난 1일 자사주 8400주를 추가로 매입했다. 전체 평균 취득단가는 4739원으로 집계됐다. BNK금융지주의 이날 종가가 5950원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수익률은 25.55%에 달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역시 올해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 중이다. 손 회장은 지난 1월, 3월, 4월, 8월 등 올해 자사주를 꾸준히 매입해왔고 지난 9일 추가 매입을 했다. 손 회장은 회당 5000주씩 총 2만5000주를, 총 매입금액은 2억3493만원으로 집계됐다. 평균 취득단가는 9397원으로 종가 기준 손회장은 6.95%의 수익을 보고 있다.
손 회장의 경우 주가 하락 때가 아닌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한 경우여서 다른 금융사 회장들보다는 수익률이 낮다. 금융지주 대표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건 김기홍 JB금융 회장이다.
김기홍 JB금융 회장도 지난 3월 4차례에 걸쳐 4만주를 장내 매수했다. 평균 취득 단가는 3933원인데 이날 종가 기준 대비 58.91% 증가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도 지난 2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총 7668주의 자사주를 평균 2만7775원에 샀다. 김 회장의 취득단가 대비 수익은 30.15%다.
김태오 DGB금융 회장은 지난 2월과 3월, 4월에 자사주 2만주를 평균 5454원에 매입했다. 이날 종가 기준 평가 이익은 36%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CEO가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주주 가치 제고와 주가 부양에 일조하기 위한 일종의 책임 경영 행위로 보고 있다. 특히 올해 오너 전문경영인의 자사주 매입의 경우 코로나19 폭락장으로 증시 불안감이 급증하면서 기업가치 하락을 막는 선제적인 책임 경영 일환이었다고 강조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매입 지분들을 아직 매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평가 이익 차원으로 봐야 된다"며 "경영진의 지분 확보는 단기간 투자 수익 관점이 아닌 만큼 수익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