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 7월 미국의 코로나19 집단면역 계획을 추진하려 했다는 문건이 나왔다. 여러 언론에서 이미 몇 차례 관련 의혹을 제기했으나 그때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부인해왔던 터라 비판이 거세다.
16일(현지시간) CNBC와 폴리티코 등 외신은 이날 민주당 소속 미국 연방 하원의원들이 지난 7월 유아·어린이·청소년·기저질환이 없는 중년 등 비(非)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미국 보건복지부(HHS)의 집단 감염 계획 시도를 폭로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미국 하원 코로나19 소위원회 청문회에서 제임스 클라이번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 등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마이클 카푸토 미국 HHS 대변인(차관보)과 카푸토의 개인 과학고문인 폴 알렉산더 선임 보좌관이 당시 집단면역 계획에 대해 주고 받았던 이메일을 입수해 공개했다.
지난 7월4일 알렉산더 보좌관은 카푸토를 포함한 7명의 HHS 관계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고위험군이 아닌 집단을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것을 허용해 집단면역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면서 "우리는 그들을 감염시키길 원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유아와 어린이, 청소년, 청년층과 기저질환이 없는 중년층은 코로나19와 관련해 위험도가 거의 없거나 전혀 없다"면서 "이들이 활용해 감염 후 회복해 항체를 갖도록 해 (면역을 보유한) 집단을 개발하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또 알렉산더는 "요지는 지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조금 더 전염력이 강해진다고 해서 누가 신경이나 쓰겠는가"라고 되물으며 "(생명의 지장이 없는) 젊은 층에서 더 많은 확진 사례가 유발한다고 해도 누구도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고 결론냈다.
이후 카푸토 대변인은 알렉산더 보좌관에게 해당 전략을 더 구체적으로 보충해 스티븐 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에게도 이를 공유할 것을 요청했다.
이후 카푸토 대변인은 알렉산더 보좌관에게 해당 전략을 더 구체적으로 보충해 스티븐 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에게도 이를 공유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알렉산더는 7월24일 한 국장과 카푸토 대변인을 포함한 9명의 HHS 고위 관계자 등에게 추가 메일을 보냈다.
여기에서 그는 "노인과 고위험군의 이동을 강하게 통제하는 한편, 어린이와 청년층의 이동 제한을 특정 구역에서 한꺼번에 풀어 대규모 감염을 유도하는 방식이 최선일 것(it will be best)"이라면서 이 경우 해당 집단의 항체 보유율은 25%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음 날 카푸토는 알렉산더 보좌관에게 해당 전략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을 요청했고, 알락산더는 미국 물리학 전문잡지인 콴타매거진 6월30일자에 실린 '집단면역의 교묘한 수학(tricky math)' 기사를 포함한 몇가지 연구를 전달했다.
사흘 후인 같은 달 27일 알렉산더 보좌관은 로버트 레드필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에게는 "미국 스스로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집단면역 계획으로 코로나19 항체를 보유할 어린이·청년층)를 전쟁터에서 빼냈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봉쇄 완화책인 '미국의 재개' 이후 어린이와 청년층의 감염 사례가 급증하자 CDC가 이들 집단을 대상으로 한 감염 보호 등 방역 대응책이 내놨기 때문이다.
이후 9월 카푸토 대변인과 알렉산더 보좌관은 직위를 떠나면서 집단면역 계획에 대한 추가 논의도 끝이 났다.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카푸토 대변인은 코로나19 사태 당시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축소하고 감염 상황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등 문제 발언을 지속적으로 내놨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질 수록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카푸토는 9월 병가를 낸 후 사임했다. 카푸토의 병가 당시 알렉산더 고문도 보좌관 자리에서 물러났을 뿐 아니라, 당시 관련 논의에 참여했던 관계자들도 모두 현직에서 물러난 상태다.
이와 관련해 HHS 측은 이날 성명을 내고 "폴 알렉산더 박사는 임시 보좌관을 지냈지만, 더 이상 근무하지 않는다"면서 "HHS의 관련 부서는 집단면역 전략을 절대로 추진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에서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주도한 고위 보건 당국자들이 연관한 만큼 향후 거센 논란이 예상된다.
앞서 지난 10월13일에도 뉴욕타임스(NYT)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 의학 고문이었던 스콧 아틀라스 박사가 집단면역 정책을 밀어붙인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후 백악관은 이를 부인했지만, 이후에도 끊임없이 방역 방침에 대한 논란에 휩싸였던 아틀라스 박사는 지난달 30일 결국 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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