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언급없는 北김정은, '김정일 사망일' 금수산궁전 참배 의미는?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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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0-12-17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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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2019년 '김정일 사망일' 국가추목의 날로 지정

  • "80일 전투·당대회 의식한 내부결속 강화 속내도"

  • 시진핑·푸틴, '바이든 당선' 축하했지만…北은 '無'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9주기를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7일 보도했다.[사진=북한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인단 투표에서 과반을 확보, 승리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에 대한 언급 없이 대내 활동에 집중하며 내년 1월 개최 예정인 노동당 제8차 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듯하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아버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9주년을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17일 보도했다.

신문은 구체적인 참배 날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김 국방위원장 사망일이 12월 17일이고, 북한 매체 보도 특징에 따라 김 위원장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는 전날 저녁이나 이날 자정께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김 위원장은 여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비롯해 정치국 상무위원들, 당·정·군 간부들과 함께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았다.

신문은 김 위원장이 ‘영생홀’을 찾아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조국과 인민을 위한 불같은 사랑과 헌신의 길을 걸으시고, 존엄 높고 위대한 백전백승의 당. 일심단결의 나라를 빛내어주신 장군님(김정일 국방위원장)께 가장 경건한 마음으로 숭고한 경의를 표하면서 인사를 드렸다”고 설명했다.

당 간부들은 “김정일 동지의 사상과 업적을 견결히 옹호 고수하고 빛내며 김정은 동지의 영도 따라 사회주의 위업의 새로운 승리를 향한 성스러운 투쟁에서 맡겨진 중대한 책무를 다해나갈 칠석의 맹세를 다졌다”고 신문은 전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김정일 사망’ 1주기인 2012년부터 매년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나섰다. 6주기인 2017년에는 단독 참배했지만, 7주기인 2018년에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간부 등 다수 인원이 참배하기도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의 이번 참배에 대해 “김 위원장 외에 20여 명이 (참배에) 동행했다”면서 “이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당국자는 현재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비상방역사업과 ‘80일 전투’ 성과 달성에 매진하고 있다며 ‘김정일 사망 9주기’ 관련 별도 기념행사 보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또 비정주년인 올해 중앙보고대회도 개최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북한 평양 시민들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서거 9주기를 맞아 만수대언덕에 있는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헌화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7일 전했다. [사진=북한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다만 지난해 1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 김정일 사망일을 ‘국가추모의 날’로 지정해 이를 기념하고, 김정일 생전 업적 등 관련 보도는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김 위원장의 이번 참배가 국가추모의 날로 지정에 따른 행보라고 분석했다.

양 교수는 “북한은 지난해 최고인민회의 결정을 통해 12월 17일 김정일 사망일을 국가추모의 날로 지정했다. 그러한 일환으로 김 위원장이 금수산태양궁전 참배가 이뤄졌다”면서 “시기적으로 볼 때 ‘80일 전투’ 마무리 독려와 8차 당 대회 분위기 고조를 위한 행보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로 현지지도가 어려운 상황에서 당 중심 회의를 통해 주민들에게 메시지를 발신해왔고, 이번에는 선대 추모의 날을 활용해 김정은 3대 세습체제에 대한 충성심 유도와 주민결속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지난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이후도 대남(對南), 대미(對美) 등 대외적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 북·미 비핵화 협상 관련 자신의 카운터파트인 바이든 당선인에 대해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우방국인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까지 바이든 당선인에 축하인사를 전했지만, 김 위원장은 여전히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해 무반응으로 대응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2000년 미국 대선의 경우, 연방대법원 판결(2000년 12월 12일) 5일 후에 노동신문에 조지 W 부시 당선 사실을 보도(2000년 12월 17일)한 사례가 있다”면서 “이번에도 조만간 반응을 보일지 아니면 계속 관망모드를 유지할지 관련 동향을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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