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이병기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집행유예를 선고한 1심과 달리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구회근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조 전 수석·이 전 실장·김영석 전 해양수산부 장관·윤학배 전 차관·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열었다.
조 전 수석·이 전 실장·김 전 장관은 유죄로 인정한 1심 판결이 뒤집혀 무죄를 선고받았다. 안 전 수석은 1심에 이어 무죄 판단을 받았다. 다만 재판부는 윤 전 차관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하고, 1심보다 감경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내렸다.
재판부는 1심과 다르게 판단한 이유로 직권남용죄 성립 요건인 '직무권한을 벗어나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 아닌 점을 들었다. 우선 일반적 직무권한이나 남용 부분은 인정했다.
하지만 해수부 소속 공무원들은 조 전 수석과 이 전 실장 등과 관계에서 직무집행을 보조하는 실무담당자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실무담당자 직무집행 기준·절차가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돼있지 않다"며 "실무담당자에게 그런 직무집행 기준을 적용하고 절차에 관여할 고유권한과 역할이 부여돼있지 않다"고 밝혔다.
앞서 대법원은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대해 실무담당자에게 그 직무집행을 보조하도록 한 경우엔 공무원 본인 직무집행으로 귀결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는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라 볼 수 없다고 봤다.
다만 윤 전 차관은 세월호 특조위 파견 공무원에 내부 동향을 파악해 올리게 하는 등 행위는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행위라며 유죄로 인정했다.
조 전 수석은 박근혜 정권 시절인 2015년 1월부터 5개월가량 해수부 공무원에게 특조위가 정부·여당에 불리한 결정을 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총괄적 대응 체계를 구축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이 전 시장·안 전 수석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 7시간 행적을 특조위가 조사하려 하자 이를 무산하려 기획안을 마련하고 이를 실행하도록 지시한 혐의가 있다.
검찰은 앞서 지난달 26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피고인들은 정부·여당에 불리한 조사를 방해하고자 다수 해수부 공무원을 동원해 범행을 저질렀다"며 "청와대까지 개입해 조직된 범죄로 특조위는 제대로 활동하지 못해 2기를 출범하게 하는 등 사회적 비용도 막대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은 1심과 같이 조 전 수석, 이 전 실장, 김 전 장관에게는 징역 3년을 윤 전 차관과 안 전 수석에게는 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1심은 지난해 6월 '세월호 특조위 관련 현안 대응 방안' 등 문건 관련 작성 혐의만을 유죄로 인정하고, 기획·실행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다.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그러면서 조 전 수석·이 전 실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김 전 장관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윤 전 차관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안 전 수석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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