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백화점은 그간 주력으로 내세웠던 유명 패션 브랜드, 화장품을 뒤로하고, 전면 리뉴얼을 거쳐 MZ세대(밀레니얼·Z세대)로 통하는 이른바 젊은 수요층을 사로잡기 위한 과감한 콘텐츠 구성에 나서는 추세다.
특히 고급화 전략보다는 이들 계층이 즐겁게 경험할 수 있는 맛집, 편집숍 등 점포 구성(MD)을 통해, 무거운 이미지를 벗는다는 방침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1년간 영등포점의 리뉴얼을 마치고 17일 새롭게 전관 오픈했다. 특히 1층의 경우 화장품이나 명품관 대신 MZ세대의 흥미를 유발할 법한 점포들로 공간을 가득 채웠다.
먼저 젊은 세대에게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식음료(F&B) 매장 중심의 맛집거리가 들어섰다. 유럽 전통 제조방식의 '아우어 베이커리', 퓨전 일식집 '호랑이식당', 용산 한남동 맛집으로 유명 닭집 '세미계' 등이 1층을 채웠다.
아울러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 수요층의 특색을 반영한 편집 매장도 새롭게 조성됐다. '슬로우스테디클럽', '생활공작소', '프로젝트렌트' 등 디렉터들이 참여한 플래그십 매장이 개관했고, '무신사', '지그재그', 'W컨셉' 등 인기 쇼핑앱의 유명 브랜드가 모인 공간도 마련됐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 얼굴이라 할 수 있는 1~2층에 MZ세대를 겨냥한 관심 콘텐츠를 적극 도입했다"며 "백화점 1층을 차지하던 화장품관은 3층으로 올렸고, 이마저도 젊은 수요층의 관심이 높은 고급 향수를 전면에 내세웠다"고 설명했다.
지난 4일 AK플라자도 개편을 마친 분당점 매장을 새롭게 오픈했다. 젊은 이미지 부각을 위해 특색 있는 브랜드를 전면에 배치했다.
특히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3대 빵집으로 유명한 '타르틴 베이커리'가 1층 광장 전면에 들어섰다. 타르틴 베이커리에는 구매한 빵과 음료를 바로 먹을 수 있도록 좌석이 마련됐다.
또 와인을 구매할 수 있는 매장 '에노테카'와 와인과 곁들이기 좋은 하몽, 살라미를 판매하는 '더 샤퀴테리아' 매장도 나란히 배치됐다. MZ세대의 흥미를 유발하면서도 고급화 전략을 잃지 않겠다는 취지다.
이 같은 백화점 업계의 파격적 시도에 대해 업계는 미래 잠재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선제 전략으로 해석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매장 방문객 수가 급감하는 요즘, 백화점 업계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야 하는 과제를 늘 안고 있다"며 "게다가 기존 백화점 실적을 떠받쳤던 40·50세대 수요층만으로는 승부를 걸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백화점 업체의 다양한 시도는 젊은이들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이들을 장기적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또 젊은 수요층의 체류율을 높이면 추가 소비의 파생도 기대할 수 있다. 업체의 이 같은 움직임도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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