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올해 소비자물가 0.5%에 그쳐…내년 1% 내외 회복할 것”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설명회 겸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제공 ]

한국은행이 올해 물가상승률은 0.5%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년(0.4%)에 이어 저조한 수치다 다만, 내년 중에는 상황이 개선돼 1% 내외 수준까지 회복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7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물가설명회 겸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1∼11월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0.5%로 성장하는데 그쳤다”며 “전년에 이어 물가안정목표인 2%를 크게 하회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발생한 다양한 부정적 현상이 이 같은 결과를 촉진했단 분석이다. 이로 인해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압력이 약화됐고, 국제 유가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고교 무상교육 확대 시행, 이동통신 요금 지원 등 정부 정책 측면에서의 물가 하방 압력도 악영향을 줬다.

이 와중에 관리물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이 상반기 중 크게 둔화됐다, 최근 1% 초반 수준을 회복한 건 위안거리다. 일반인 단기 기대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전문가 장기 기대인플레이션 역시 1%대 후반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내년에는 상황이 다소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 총재는 “내년에는 올해보다 국내외 경기가 개선되고 국제유가도 높아질 것”이라며 “따라서 내년 중 상승률은 1% 내외 수준까지 회복되고, 다음해에는 1% 중반으로 올라서는 흐름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안정목표제 운영 방식은 기존 형태를 유지한다. 물가상승률이 상당 기간 목표치를 하회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의외의 결과다. 여기에도 역시 코로나가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 이후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 무리한 변화를 시도하면 자칫 불확실성만 키울 수 있단 판단이다. 백신 개발로 코로나가 점차 진정세에 접어들 거란 전망도 영향을 미쳤다.

다만, 현행 물가안정목표제의 한계가 명확하고 향후 이를 대체할 새로운 통화정책체계를 모색 중이란 점도 분명히 했다.

최근 국회에서 한은 설립목적에 ‘고용안정’ 추가 개정안이 발의된 것에 대한 우려도 드러냈다.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라는 기존의 정책목표에 고용안정이 추가되면, 자칫 서로 상충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단 의견이다. 이 경우,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고, 중앙은행의 신뢰성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내년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단 뜻도 내비쳤다. 이 총재는 “지난달 전망치 발표 당시보다 코로나 전개 상황이 훨씬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다”며 "지금의 확산세가 조기에 진정되지 않는 다면, 소비부문의 추가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올 겨울 중) 코로나가 어떻게 진행될지를 지켜본 후에 성장률 전망 조정 여부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전세값 상승’의 근본적인 원인은 ‘공급부족’이란 입장도 재차 피력했다.

그는 “(전세값 상승에) 저금리가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할 순 있지만, 절대적인 건 아니다”라며 “그보단 '수급불균형'이 더욱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