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착한기업 아닌 살아남을 기업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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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웅 기자
입력 2020-12-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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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말 조직개편 키워드 'ESG 경영'에 방점…'2인자'직 신설도 주목

[그래픽=아주경제]

올해 금융권 최대 경영 화두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연말 조직개편에서도 중심에 섰다. 주요 금융그룹들이 관련 부서를 신설하면서 ESG 경영을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이른바 '2인자' 직위를 신설한 점도 올해 조직개편의 큰 특징이다.

20일까지 조직개편을 마무리한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공통적으로 ESG 관련 부서를 신설했다. 신한금융은 전략·지속가능부문 산하에 ESG기획팀을 새로 만들었고, 우리금융은 은행 사회공헌부를 ESG기획부로 개편함과 동시에 지주 경영지원부문 아래에 ESG경영부로 동시 편제함으로써 ESG 경영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게 했다. 우리금융은 이와 함께 은행 홍보브랜드그룹을 브랜드ESG그룹으로 개편했다.

이로써 지주 내 ESG 전담 부서를 만든 곳은 KB금융을 비롯해 총 3곳이 됐다. KB금융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홍보·브랜드총괄 산하 사회문화공헌부를 ESG전략부로 개편하며 국내 최초로 관련 부서를 만들었다. 조만간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하나금융도 관련 부서를 신설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KB금융은 ESG전략부를 '실' 단위로 확대 개편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그룹들이 잇따라 ESG 관련 부서를 신설하는 것은 ESG 경영이 금융권의 미래 경쟁력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그룹 관계자는 "ESG 경영은 단순히 환경을 생각하는 '착한 기업'이라는 점을 내세우는 게 아니라, 위기에도 강해 그야말로 '투자하기가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착한 투자' 개념이 강했던 과거 'SRI(사회적 책임 투자)'와 달리, ESG 투자는 '살아남을 기업'을 걸러내는 게 핵심"이라며 "금융그룹들이 ESG 경영을 표방하는 것은 곧 살아남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른바 '2인자'직을 만든 점도 올해 조직개편의 큰 특징으로 꼽힌다. KB금융은 아직 조직개편을 단행하지 않았으나, 지난 18일 자회사 대표이사(CEO) 인사를 단행하며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이 지주 부회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회장직 신설을 예고한 셈이다. 우리금융은 같은 날 단행한 조직개편에서 지주 업무를 총괄하는 '수석 부사장'직을 신설하고, 이 자리에 이원덕 전략부문 부사장을 승진시켜 앉혔다.

다만 같은 2인자여도 무게가 다르다는 시각도 있다. 이원덕 부사장은 올해 3월 사내이사에 오르면서 지주 경영에 참여해 왔다. KB금융은 윤종규 회장이 상임이사, 허인 행장이 비상임이사로 올라 있다. 양종희 사장이 내년 초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에 오르지 못하면 '무늬만 2인자'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부회장직을 두고 있는 하나금융은 김정태 회장만 사내이사로서 이사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함영주 부회장과 지성규 하나은행장 모두 이사회에 포함돼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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