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한국에서 개최될 것으로 예상됐던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가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가에서는 그간 한·중·일 3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정상이 만나 양국 관계 개선을 점쳤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은 셈이다.
올해 한국이 의장국을 맡은 한·중·일 정상회의의 연내 개최는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20일 전해졌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유행이 본격화한 한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의 방한 조건으로 '현금화 동결'을 요구한 일본 정부가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는 탓이다.
앞서 일본 정부는 3국 정상회의 개최를 타진한 한국 정부에 강제징용 해법 없이는 스가 총리가 방한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스가 총리의 방한 이후 국내에 압류된 일본 전범 기업 자산이 매각, 즉 현금화될 경우 스가 총리가 떠안을 정치적 부담이 막중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전범 기업의 국내 자산은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각 1억원씩 배상하라'는 한국 대법원 판결을 불이행함에 따라 후속 조치 차원에서 압류됐고 현금화 절차를 앞뒀다.
일본은 자국 기업 자산이 현금화될 경우 한·일 관계는 돌이킬 수 없게 된다며 한국 정부의 선(先) 조치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김진표 한일의원연맹 회장 등의 방일을 잇달아 추진하며 양국 관계 회복에 힘을 쏟았다.
서훈 국가안보실장 역시 한·일 갈등을 타개하고 스가 총리의 연내 방한을 요청하기 위해 지난달 하순 일본을 방문하려고 했지만, 일본 정부의 만류로 방일 계획을 단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한·일 갈등 봉합에 실패한 만큼 한·중·일 정상회의의 연내 개최 역시 물 건너간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의 공식 발표만 남았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다만 정부는 아직까지도 한·중·일 정상회의 관련 구체 일정이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는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역시 동일한 입장을 전했다.
이보다 앞서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7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3국 정상회의와 관련, "연내 개최 가능 여부 등을 포함한 구체시기 등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아직 별도로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최 대변인은 "우리나라는 한·중·일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향후에도 최대한 조기에 3국이 편리한 시기에 정상회의를 개최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나가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한편 최근 국내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점 또한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에 차질을 빚는 요인 중 하나로 보인다.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097명으로, 국내 발생 이후 역대 최다 수치다. 앞선 최다 기록은 지난 16일 0시 기준 1078명이었다. 누적 확진자 수는 4만9665명이다.
방역당국은 이처럼 최근 코로나19 1일 확진자 수가 연일 1000명대를 이어가자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로의 격상을 고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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