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시장변화로 생겨난 노동영역인 플랫폼 종사자에 대해 별도 보호법 제정이 추진된다. 과로사와 산재보험 비적용 등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게 정부의 취지다. 다만, 관련업계와 노동계는 여전히 불만을 호소한다. 별도법으로 노동영역을 구분한 정부의 셈법이 자칫 플랫폼 종사자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고 우려해서다.
플랫폼 종사자는 스마트폰 앱 등 플랫폼을 매개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를 말한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비대면 서비스로 배달기사, 택배기사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는 21일 합동브리핑을 통해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방안'을 내놨다. 이에 따라 플랫폼 종사자 보호를 위한 법(이하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을 내년 1분기 중으로 제정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이날 이재갑 고용노동부장관은 "국내에서 플랫폼을 매개로 노무를 제공하는 넓은 의미의 종사자는 179만명이며 좁은 의미로는 22만명"이라며 "이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공정한 계약과 관행이 정착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입법에 나서는 플랫폼 종사자 보호법에 따라 플랫폼 기업은 해당 종사자에게 업무 배정과 고객 만족도 등 평가 기준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플랫폼 종사자가 이의를 제기하면 성실하게 협의해야만 한다.
이들의 근로자성을 판단해 근로자에 해당하면 주52시간제, 최저임금 등 노동관계법을 적용할 수 있다. 표준계약서를 보급해 1인 자영업자 형태인 플랫폼 종사자에게도 공정한 계약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정부는 특별법 형식으로 법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또 플랫폼 종사자들의 복지증진을 위해 퇴직공제조합 설립을 지원한다. 플랫폼 기업이 이용 수수료의 일정액을 공제부금으로 납부, 종사자가 퇴직할 때 퇴직공제금을 지급하게 된다.
배달 관련 업체를 정부가 인증해주는 제도도 도입한다. 플랫폼 종사자는 노동조합 설립과 활동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다만, 관련업계와 노동계는 정부가 노동법을 개정하지 않고 별도의 보호법을 통해 노동 영역을 나눈다고 지적한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측은 이날 "플랫폼 종사자가 노동자는 아니라는 전제로 입법을 추진한다"며 "또다시 노동권 내에서 사각지대가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18일 라이더유니온도 "고용 영역을 나누면 예전의 특수고용노동자 신세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플랫폼 노동이 새로운 영역이다보니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들린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별한 노동법을 만든다는 말에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본다"며 " 근로장소와 시간에 있어서 자율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고민하는 과정에서 플랫폼 종사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미래에 산업환경이 변화하면 이러한 노동이 기본적인 노동영역이 될 수 있다"며 "사각지대를 없애고 미래 노동에 대한 모형과 체계에 대해 충분히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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