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아닌 '위력' 이용한 성범죄"...英옥스퍼드대, 사제 간 '부적절 관계' 금지

옥스퍼드, 英대학 120곳 중 최다 제자 성희롱 오명

영국 옥스퍼드대학이 사제 간의 부적절한 성적 접촉을 금지하는 규정을 명문화했다. 이를 어길 경우 교직원은 최대 해임까지 가능하다. '인권 사각지대'에서 위력을 이용한 성범죄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조처다.
 

묘지.[사진=AFP·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영국 더타임스와 텔레그래프 등 외신은 옥스퍼드대가 교수가 학생과 연애 관계를 맺거나 성적으로 접촉할 경우 해임까지도 징계가 가능하도록 학내 교칙을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현 정책은 교직원이 학생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선 안 된다고 강력하게 권고하는 수준이며, 교직원이 학생에게 성적으로 접촉했을 경우 소속 부서에 신고할 의무는 명시했음에도 이에 따른 처벌과 제재 방안은 전무했다.

이와 같은 유명무실한 정책의 여파로 2017년 기준 옥스퍼드 대학은 영국 내 120개 대학 중 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직원의 성희롱 혐의가 가장 많은 학교로 꼽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더타임스는 "영국 대학에서 교수와 학생 사이 부적절한 관계가 어느 정도 용인되는 분위기"라며 "특히, 나이 든 남성 교수가 어린 여제자와 성관계를 맺어도 묵인하는 성차별적 문화가 오랫동안 남아있었다"고 꼬집었다. 그 결과 학생들이 성폭력 사각지대에 놓인다는 비판이다.

올해 초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출신인 피터 허친슨 박사가 지난 2015년 가명으로 대학 신입생들이 교수들과 성관계를 하는 내용의 소설을 출간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일었는데, 그는 같은 해 해당 대학에서 학생 성추행 의혹으로 사임했었다.

그럼에도 영국 대학 전체에서 이와 같은 강력한 교칙을 전면 시행하는 경우는 드물다.

실제, 영국 명문대학 연합체인 러셀그룹 소속 24개 대학 중 교수와 학생 간 부적절한 관계를 금지한 곳은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1곳 밖에 없으며 이조차도 올해 초 도입했다. 옥스퍼드대학 역시 산하 일부 컬리지들만이 산발적으로 이를 금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프린스턴대와 하버드대, 예일대 등 미국 주요 명문 대학은 이를 전면 금지하는 규칙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잇 해픈스 히어'(It Happens Here·여기에서 (사건이) 일어났다)와 '스피크 아웃 옥스퍼드'(Speak Out Oxford·목소리를 높여라 옥스퍼드대) 등 학내 학생 운동 단체는 학교 측에 교칙을 전면 수정할 것으로 요구해왔다.

이와 같은 압력에 옥스퍼드대 교육위원회는 엄격한 정책에 찬성하고 기존 규칙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발표했다. 해당 금지 조치를 관련 절차를 걸쳐 새해부터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위력에 의한 성범죄란 권력형 성범죄의 일종이다. 성범죄 과정에서 육체적 폭행이나 협박 등의 유형적 형태뿐 아니라 사회·경제·정치적 지위 등 우위에 있는 권력 관계와 같은 무형적 형태의 위력으로 상대를 압박해 자유의사를 제압하거나 혼란을 일으킨 경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