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으로 와라. 즉시 ‘선저너(Shenzhener·선전인)’가 될 수 있다.”
중국 광둥성 선전이 수십년간 내걸었던 슬로건이다. 그런데 최근 이 슬로건이 무색해질 만큼 '선저너'가 되려는 이들의 고통이 심각하다. 선전의 이주노동자들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에 치이고, 선전의 부동산 대책인 외지인 주택 구매 규정에 무너지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최근 지적했다.
'제2의 마윈' 꿈꾸며 '선전살이' 택한 청년들···높은 집값에 가로막혀
사실 작은 어촌이었던 광둥성 도시 선전이 40년만에 약 2200만명이 거주하는 대도시가 될 수 있었던 건 ‘제2의 마윈’을 꿈꾸던 젊은이들이 선전으로 몰려들면서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이 도시에서의 성공을 위해 매년 약 50만명이 ‘선전살이’를 택했다.그런데 최근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선전의 집값이 고공행진 하면서 도시 거주자의 자가 소유 비율이 뚝뚝 떨어지고, 인구 유입도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높아지는 집값에 비해 소득은 오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선전의 1인당 연평균 소득은 2만 달러(약 2200만원)에 불과한 반면, 방 2개짜리 주택 평균 가격은 90만 달러에 달한다. 평균 집값이 주민 평균 연봉의 43.5배 수준인 것이다. 중국 부동산 정보회사 이쥐(易居, 이하우스)연구원은 비싼 집값으로 악명 높은 홍콩의 주택가격 대비 소득은 46배인데, 그 뒤를 선전이 잇고 있다고 설명했다.
집을 구매할 수 있는 조건도 까다로워졌다. 지난 7월 선전시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7·15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끊임없이 오르는 집값을 꺾기 위한 조치였다. 그런데 이 대책은 유독 외지인에게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댔다. 기존엔 선전에 직장을 다니는 사람 중 만 5년 이상 사회 보험료를 납부한 사람에 한해 주택 구매를 허용했었다. 그런데 7·15대책에서는 '후커우(戶口·호적과 유사)'를 선전으로 이전한 후 만 3년이 된 사람 가운데, 연속 36개월 세금 혹은 사회보험료를 납부한 사람으로 요건을 변동했다. 후커우 취득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건이 대폭 강화된 것이다.
선전 거주자의 30%만이 자가 소유... 美 샌프란시스코보다 낮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연히 자가소유율도 떨어지고 있다. 이쥐연구원에 따르면 선전 거주자의 30%만이 자가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이는 자가소유율이 약 70% 수준인 상하이와 베이징 등 다른 대도시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심지어 미국의 ‘기술 허브’인 샌프란시스코(38%)나 미국의 부동산 도시 시애틀(46%)보다도 낮다.내 집 마련의 희망이 쪼그라들면서 선전의 인구 유입 증가세도 크게 둔화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선전의 유입 인구 수는 지난 2018년 7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후 2년 연속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알리바바의 본사 소재지인 항저우에 인구 유입율 1위 자리를 내 주기까지 했다.
이런 문제가 계속되자, 선전에 본사를 둔 일부 기업들은 직접 기숙사나 아파트를 건설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임대를 내 주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다른 도시들과 달리 선전은 택지 개발을 위한 토지가 거의 바닥난 상태라 이마저도 한계에 부딪혔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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