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의 Now&Future] ‘봄의 우등생인 독일과 한국이 물러나고, 결국 올해 최고 우등생은 싱가포르와 대만이 차지하게 됐다’.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세계 나라들의 실력이 12월 마지막 질주에서 올해 승부가 드러나고 있다.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의 집계에 따르면 2020년 12월 21일 현재 세계의 코로나19 누적 감염자는 총 7690만명, 이 중 회복자는 4340만명, 사망자는 170만명에 이른다. 인구 2350만명의 대만은 감염자 766명, 회복자 627명, 사망자 7명으로 거의 코로나를 피해간 모습이다. 초기 방역에 실패했다가 재빨리 만회한 싱가포르는 인구 570만명 가운데 누적 감염자 5만8430명, 회복자 5만8287명으로 99.8%의 완치율을 보이고 있다. 사망자는 29명이다. 한국은 누적 감염자가 싱가포르보다 적은 5만591명, 회복자는 3만5155명으로 완치율은 69.5%로 낮은 편이다. 사망자는 698명에 이른다. 코로나 방역을 경마에 비교하자면 대만은 초지일관 페이스를 지키며 수위를 달려왔고, 싱가포르는 가속도를 붙이며 계속 추월을 해온 형국이다.
21일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출하분이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보건당국은 앞으로 2~3주 내에 접종을 개시한다고 한다. 백신을 벨기에로부터 공수한 것은 싱가포르 항공이다. 이에 앞서 싱가포르는 지난 14일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화이자 백신의 사용을 승인했다. 리셴룽 총리(68)는 연말에 백신접종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리 총리는 "내년 3분기(7∼9월)까지 모든 사람에게 충분한 백신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과 장기 거주자에게 무료로 제공하되 의료진과 노인, 취약계층은 조기에 백신을 접종할 계획이라고 했다. 싱가포르 당국은 이와 관련해 미국의 다른 제약업체인 모더나, 중국의 백신 개발업체인 시노백이 개발한 백신을 포함해 유망한 백신 후보에 대한 선구매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조기 지불해 10억 달러(약 1조900억원) 규모 이상의 백신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의 이러한 안전방역 태세가 빛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이 코로나19 백신을 각국에 분배하는 허브기능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저온 창고나 냉동차 등에서 끊김 없는 콜드 체인(저온 물류)을 정비, 싱가포르를 경유해 구미 등 생산국으로부터 동남아시아와 오세아니아의 시장에 재빠르고 안전하게 보낼 수 있는 체제로 강화했다. 여객 이용이 침체되는 가운데 백신 수송으로 화물기의 발착을 늘려 침체된 항공산업을 지탱하기 위한 것이다. 공항 운영회사인 창이 에어포트그룹과 싱가포르 민간항공국 외에 싱가포르 항공, 공항 지상업무를 맡고 있는 디나타와 SATS, 물류회사 DHL 등 항공화물 관련 민관 18개 조직이 백신 수송에 관한 ‘창이 준비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창이는 최근 부가가치가 높은 의약품 수송에 힘쓰고 있어 이미 각사가 독자적으로 설비투자를 하고 있다. 이 기반에서 태스크포스를 통해 업계 전체의 협조를 강화함으로써 큰 수요가 확실시되는 코로나 백신을 원활하게 수송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창이를 경유해 물류 인프라의 정비가 늦어지고 있는 동남아시아의 지방도시 등에 효율적으로 배송할 수 있다고 한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항공계열인 디나타는 백신을 채운 컨테이너를 항공기에서 저온환경을 유지하면서 창고에 옮길 수 있는 전용차를 개발해 지난 11월 창이에 2대를 배치했다. 디나타와 SATS는 공항 내에 영하 25도까지 대응할 수 있는 총 9000㎡의 창고를 갖고 있으며, 연간 37만5000t의 저온 화물를 처리할 수 있다. 공항에 인접한 보세구에는 물류회사가 다수의 창고를 짓는다고 한다.
아시아의 대표적인 허브 공항인 창이는 구미와 아시아로부터의 여객 환승거점으로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코로나 대책으로 각국이 출입국을 규제하면서 이용자가 3월부터 급감했다.
창이 에어포트 그룹 측은 코로나 백신이 확산되면 항공여행이 되살아나 여객 이용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세계 강국들이 제조업의 서플라이 체인(공급망) 경쟁을 할 때 강소국인 싱가포르가 콜드체인을 장악하려는 차별적인 전략에 외신들은 주목한다.
지난 12월 7일 싱가포르에는 코로나 시국에서 더할 나위 없는 희소식이 들려왔다. 전 세계 각국의 정·재계 지도자들이 모여 세계 경제문제 등을 논의하는 자리인 세계경제포럼(WEF)이 연례회의 일명 ‘다보스 포럼’을 내년 5월 스위스가 아닌 싱가포르에서 개최한다고 밝힌 것이다.
WEF는 보도자료에서 “2021년 특별 연례회의를 5월 13∼16일 싱가포르에서 개최한다”며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심사숙고 끝에 싱가포르가 회의 개최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보스포럼이 1971년 시작된 이후 스위스 밖에서 개최되는 것은 2002년 뉴욕에 이어 두 번째다. 2001년 뉴욕 동시 테러로 슬픔에 잠긴 뉴욕 시민을 위로한다는 명목이었다. 싱가포르가 새 개최지로 선정된 것은 코로나19 통제가 비교적 잘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 덕분이다. 이날 기준 싱가포르의 코로나19 확진자는 5만8000여명으로 일일 신규 확진자는 13명이었다. 이에 비해 스위스는 이날 현재 확진자가 총 35만4000여명대로 일일 신규 확진자가 거의 1만명에 달했다.
클라우스 슈밥 WEF 창립자는 “2021년 싱가포르 특별 연례회의는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한 이후 기업과 정부, 시민사회 리더들이 처음으로 직접 만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싱가포르 포럼은 ‘위대한 재설정(Great Reset)’을 주제로 내걸고 있다. 이번 포럼에선 코로나19가 몰고 온 제4차 산업혁명 시대로의 전환 가속화, 사회 전체에 봉사하는 그리고 인간 중심적인 신기술 시대의 도래 등 굵직한 이슈들이 논의될 전망이다. 싱가포르로선 사상 최고의 국가선양의 기회가 되는 셈이다.
대만도 엊그제 국제보건기구(WHO)로부터 대만식 코로나 대책과 경제방어에 대해 극찬의 메시지를 받았다. 코로나19의 진원지로 알려진 중국은 정부가 강력히 나서 감염을 차단시켰다. 중국과 대립하는 민주주의 국가 대만은 감염억제에 한층 더 성공했다. 중국의 견제에 밀려 WHO 옵서버국가의 대우도 제대로 못받고 있던 나라를 WHO가 연말에 새삼 칭찬하고 나온 대만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대만방역이 성공한 이유는 초기단계에서 역내에 바이러스가 들어오지 못하게 한 것이라고 감염증 관련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그러한 신속한 대응의 배경에는 2003년 37명의 사망자(관련 사망자를 합치면 73명)를 낸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의 경험이 있었다. 대만은 당시 감염증 대책을 담당하는 질병관제서(CDC)가 없었다. 게다가 중국의 압력으로 WHO의 정보도 얻지 못했다. 당연히 행정 대응이 늦을 수밖에 없었다. 중앙의 지시에 지방자치체가 따르지 않고 사회는 혼란에 빠졌다. 이러한 반성으로부터 2004년에 전염병 예방법을 개정해 긴급 시에 행정부문을 아우르는 대책본부를 설치할 수 있었다. 대책본부는 민간의 부동산과 의료관련 물자를 징용할 수 있는 권한도 가지고 있다.
대만은 록다운(도시봉쇄)을 하지 않고, 코로나19 봉쇄에 성공했다. 지난 9월 11일 일본 인터넷 포털인 라인(LINE)이 개최한 연차 이벤트 ‘라인 데이 2020’에서는 대만정부의 디지털담당 장관인 오드리 탕(唐鳳)이 온라인으로 참가해 대만의 코로나 대책과 AI(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해 소감을 밝혔다.
탕 장관은 성공한 대만의 코로나19 대책에 ‘3개의 F’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즉 Fast(고속), Fair(공평), Fun(재미)의 3F다. 탕 장관은 ‘고속’과 관련해 “2019년 12월 대만의 소셜미디어에서 중국 우한의 신종 바이러스가 화제로 떠올랐다. 이에따라 의료기관은 즉시 우한에서 대만으로 향하는 항공편 승객에 대해 검역을 개시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2020년 1월 1일로 다른 국가들보다도 열흘 이상 빨랐다. 사스 교훈으로 매년 훈련을 해 온 성과라고 한다.
‘공평’의 경우 마스크의 배포에서 알 수 있다. 대만정부는 마스크의 생산체제를 하루 200만장부터 10배인 하루 2000만장 체제로 바꾸었다. 이러한 마스크를 어떻게 공평하게 배포할 것인지가 과제였다. 단순히 판매한다면 마스크 매점(買占)이 발생할 수 있었다. 대만정부는 국민의 99.99%가 가지고 있는 건강보험증을 활용해 이를 토대로 2주 분의 마스크(9장, 아이들은 10장)를 공급했다. 대만정부는 가장 가까이 있는 약국과 거기에 있는 마스크 재고 수치가 리얼타임으로 표시되는 마스크 맵을 준비했다. 내각 차원에서 회의를 열어 약국의 협력아래 약국 영업시간, 마스크 재고를 30초마다 경신하는 오픈 데이터를 활용하는 체제를 구축했다.
끝으로 ‘재미’는 챗봇이었다. 이는 맵 조작에 익숙지 않은 고령자 등을 감안한 것으로 챗봇을 사용해 위치정보로부터 마스크 재고가 있는 가장 가까운 약국을 알 수 있게 한 것이다. 가장 인기있는 챗봇이 라인(LINE)으로 대만질병관제서의 라인 계정의 플로는 1주일도 안되는 동안 급증했다. 또한 대만정부는 국외에서 입국하는 사람에 대해 14일간의 격리를 요구했지만 대만에 거주지를 갖지 않은 사람의 숙박시설로서 고급호텔 이상의 방을 무상으로 제공했다. 뿐만 아니라 33달러도 지급했다. 14일간의 격리를 확실히 지키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챗봇은 이 대목에서도 활약했다.
무엇보다도 대만의 방역 성공 요인으로 제4차 산업혁명의 첨단기술이 총동원됐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대만의 대표적인 휴대전화 제조·판매회사인 HTC와 산하 딥큐(DeepQ) 라인의 챗봇과 연계, AI 대화 로봇을 개발해 고령자가 정확히 검진정보를 얻을 수 있는 체제를 구축했다. 개발과 실행에 드는 시간은 1개월에 불과했다. 그 결과 보건소와 의료기관 담당자의 부담이 크게 줄었다.
대만정부의 행동은 민간기업이 과제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와 똑같았다고 한다. 어떠한 문제의식을 갖고 자원을 조달해 해결안을 마련할 것인가라는 자세로 접근한 것이다. 대만정부가 평가받는 대목 중의 하나다.
‘딥큐 AI 플랫폼’, 가상현실·확장현실(VR·AR), 블록체인 등의 기술로 대만의 의료행태와 업무는 크게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최근 대만에서는 ‘의료 x 블록체인’이라는 유행어가 생겨났다. 병원과 보험회사와 기술개발을 담당하는 기업이 제휴해 다양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의료현장에 도입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딥큐의 블록체인 그룹은 대만대학과 미국 스탠퍼드대학과의 협력 아래 최근 ‘멀티플 레이어 헬스케어 블록체인’을 개발했다. 이는 정보를 병원 간에 유동시키는 동시에 병력의 개인정보 보호를 양립시키는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1년 가까이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위기에 세계 각국은 나름대로 대응해 왔다. 각국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였다. 특히 외신에 비친 싱가포르와 대만의 사례를 정리하면서 작지만 강한 나라로 사는 지혜를 발견하게 됐다. 중(中)대국·중(中)강국의 길목에 선 한국도 지난 1년을 뒤돌아보며 싱가포르와 대만에서 배워야 할 게 적지 않다.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의 집계에 따르면 2020년 12월 21일 현재 세계의 코로나19 누적 감염자는 총 7690만명, 이 중 회복자는 4340만명, 사망자는 170만명에 이른다. 인구 2350만명의 대만은 감염자 766명, 회복자 627명, 사망자 7명으로 거의 코로나를 피해간 모습이다. 초기 방역에 실패했다가 재빨리 만회한 싱가포르는 인구 570만명 가운데 누적 감염자 5만8430명, 회복자 5만8287명으로 99.8%의 완치율을 보이고 있다. 사망자는 29명이다. 한국은 누적 감염자가 싱가포르보다 적은 5만591명, 회복자는 3만5155명으로 완치율은 69.5%로 낮은 편이다. 사망자는 698명에 이른다. 코로나 방역을 경마에 비교하자면 대만은 초지일관 페이스를 지키며 수위를 달려왔고, 싱가포르는 가속도를 붙이며 계속 추월을 해온 형국이다.
21일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출하분이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보건당국은 앞으로 2~3주 내에 접종을 개시한다고 한다. 백신을 벨기에로부터 공수한 것은 싱가포르 항공이다. 이에 앞서 싱가포르는 지난 14일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화이자 백신의 사용을 승인했다. 리셴룽 총리(68)는 연말에 백신접종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리 총리는 "내년 3분기(7∼9월)까지 모든 사람에게 충분한 백신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과 장기 거주자에게 무료로 제공하되 의료진과 노인, 취약계층은 조기에 백신을 접종할 계획이라고 했다. 싱가포르 당국은 이와 관련해 미국의 다른 제약업체인 모더나, 중국의 백신 개발업체인 시노백이 개발한 백신을 포함해 유망한 백신 후보에 대한 선구매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조기 지불해 10억 달러(약 1조900억원) 규모 이상의 백신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의 이러한 안전방역 태세가 빛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이 코로나19 백신을 각국에 분배하는 허브기능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저온 창고나 냉동차 등에서 끊김 없는 콜드 체인(저온 물류)을 정비, 싱가포르를 경유해 구미 등 생산국으로부터 동남아시아와 오세아니아의 시장에 재빠르고 안전하게 보낼 수 있는 체제로 강화했다. 여객 이용이 침체되는 가운데 백신 수송으로 화물기의 발착을 늘려 침체된 항공산업을 지탱하기 위한 것이다. 공항 운영회사인 창이 에어포트그룹과 싱가포르 민간항공국 외에 싱가포르 항공, 공항 지상업무를 맡고 있는 디나타와 SATS, 물류회사 DHL 등 항공화물 관련 민관 18개 조직이 백신 수송에 관한 ‘창이 준비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창이는 최근 부가가치가 높은 의약품 수송에 힘쓰고 있어 이미 각사가 독자적으로 설비투자를 하고 있다. 이 기반에서 태스크포스를 통해 업계 전체의 협조를 강화함으로써 큰 수요가 확실시되는 코로나 백신을 원활하게 수송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창이를 경유해 물류 인프라의 정비가 늦어지고 있는 동남아시아의 지방도시 등에 효율적으로 배송할 수 있다고 한다.
아시아의 대표적인 허브 공항인 창이는 구미와 아시아로부터의 여객 환승거점으로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코로나 대책으로 각국이 출입국을 규제하면서 이용자가 3월부터 급감했다.
창이 에어포트 그룹 측은 코로나 백신이 확산되면 항공여행이 되살아나 여객 이용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세계 강국들이 제조업의 서플라이 체인(공급망) 경쟁을 할 때 강소국인 싱가포르가 콜드체인을 장악하려는 차별적인 전략에 외신들은 주목한다.
지난 12월 7일 싱가포르에는 코로나 시국에서 더할 나위 없는 희소식이 들려왔다. 전 세계 각국의 정·재계 지도자들이 모여 세계 경제문제 등을 논의하는 자리인 세계경제포럼(WEF)이 연례회의 일명 ‘다보스 포럼’을 내년 5월 스위스가 아닌 싱가포르에서 개최한다고 밝힌 것이다.
WEF는 보도자료에서 “2021년 특별 연례회의를 5월 13∼16일 싱가포르에서 개최한다”며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심사숙고 끝에 싱가포르가 회의 개최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보스포럼이 1971년 시작된 이후 스위스 밖에서 개최되는 것은 2002년 뉴욕에 이어 두 번째다. 2001년 뉴욕 동시 테러로 슬픔에 잠긴 뉴욕 시민을 위로한다는 명목이었다. 싱가포르가 새 개최지로 선정된 것은 코로나19 통제가 비교적 잘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 덕분이다. 이날 기준 싱가포르의 코로나19 확진자는 5만8000여명으로 일일 신규 확진자는 13명이었다. 이에 비해 스위스는 이날 현재 확진자가 총 35만4000여명대로 일일 신규 확진자가 거의 1만명에 달했다.
클라우스 슈밥 WEF 창립자는 “2021년 싱가포르 특별 연례회의는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한 이후 기업과 정부, 시민사회 리더들이 처음으로 직접 만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싱가포르 포럼은 ‘위대한 재설정(Great Reset)’을 주제로 내걸고 있다. 이번 포럼에선 코로나19가 몰고 온 제4차 산업혁명 시대로의 전환 가속화, 사회 전체에 봉사하는 그리고 인간 중심적인 신기술 시대의 도래 등 굵직한 이슈들이 논의될 전망이다. 싱가포르로선 사상 최고의 국가선양의 기회가 되는 셈이다.
대만도 엊그제 국제보건기구(WHO)로부터 대만식 코로나 대책과 경제방어에 대해 극찬의 메시지를 받았다. 코로나19의 진원지로 알려진 중국은 정부가 강력히 나서 감염을 차단시켰다. 중국과 대립하는 민주주의 국가 대만은 감염억제에 한층 더 성공했다. 중국의 견제에 밀려 WHO 옵서버국가의 대우도 제대로 못받고 있던 나라를 WHO가 연말에 새삼 칭찬하고 나온 대만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대만방역이 성공한 이유는 초기단계에서 역내에 바이러스가 들어오지 못하게 한 것이라고 감염증 관련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그러한 신속한 대응의 배경에는 2003년 37명의 사망자(관련 사망자를 합치면 73명)를 낸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의 경험이 있었다. 대만은 당시 감염증 대책을 담당하는 질병관제서(CDC)가 없었다. 게다가 중국의 압력으로 WHO의 정보도 얻지 못했다. 당연히 행정 대응이 늦을 수밖에 없었다. 중앙의 지시에 지방자치체가 따르지 않고 사회는 혼란에 빠졌다. 이러한 반성으로부터 2004년에 전염병 예방법을 개정해 긴급 시에 행정부문을 아우르는 대책본부를 설치할 수 있었다. 대책본부는 민간의 부동산과 의료관련 물자를 징용할 수 있는 권한도 가지고 있다.
대만은 록다운(도시봉쇄)을 하지 않고, 코로나19 봉쇄에 성공했다. 지난 9월 11일 일본 인터넷 포털인 라인(LINE)이 개최한 연차 이벤트 ‘라인 데이 2020’에서는 대만정부의 디지털담당 장관인 오드리 탕(唐鳳)이 온라인으로 참가해 대만의 코로나 대책과 AI(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해 소감을 밝혔다.
탕 장관은 성공한 대만의 코로나19 대책에 ‘3개의 F’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즉 Fast(고속), Fair(공평), Fun(재미)의 3F다. 탕 장관은 ‘고속’과 관련해 “2019년 12월 대만의 소셜미디어에서 중국 우한의 신종 바이러스가 화제로 떠올랐다. 이에따라 의료기관은 즉시 우한에서 대만으로 향하는 항공편 승객에 대해 검역을 개시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2020년 1월 1일로 다른 국가들보다도 열흘 이상 빨랐다. 사스 교훈으로 매년 훈련을 해 온 성과라고 한다.
‘공평’의 경우 마스크의 배포에서 알 수 있다. 대만정부는 마스크의 생산체제를 하루 200만장부터 10배인 하루 2000만장 체제로 바꾸었다. 이러한 마스크를 어떻게 공평하게 배포할 것인지가 과제였다. 단순히 판매한다면 마스크 매점(買占)이 발생할 수 있었다. 대만정부는 국민의 99.99%가 가지고 있는 건강보험증을 활용해 이를 토대로 2주 분의 마스크(9장, 아이들은 10장)를 공급했다. 대만정부는 가장 가까이 있는 약국과 거기에 있는 마스크 재고 수치가 리얼타임으로 표시되는 마스크 맵을 준비했다. 내각 차원에서 회의를 열어 약국의 협력아래 약국 영업시간, 마스크 재고를 30초마다 경신하는 오픈 데이터를 활용하는 체제를 구축했다.
끝으로 ‘재미’는 챗봇이었다. 이는 맵 조작에 익숙지 않은 고령자 등을 감안한 것으로 챗봇을 사용해 위치정보로부터 마스크 재고가 있는 가장 가까운 약국을 알 수 있게 한 것이다. 가장 인기있는 챗봇이 라인(LINE)으로 대만질병관제서의 라인 계정의 플로는 1주일도 안되는 동안 급증했다. 또한 대만정부는 국외에서 입국하는 사람에 대해 14일간의 격리를 요구했지만 대만에 거주지를 갖지 않은 사람의 숙박시설로서 고급호텔 이상의 방을 무상으로 제공했다. 뿐만 아니라 33달러도 지급했다. 14일간의 격리를 확실히 지키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챗봇은 이 대목에서도 활약했다.
무엇보다도 대만의 방역 성공 요인으로 제4차 산업혁명의 첨단기술이 총동원됐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대만의 대표적인 휴대전화 제조·판매회사인 HTC와 산하 딥큐(DeepQ) 라인의 챗봇과 연계, AI 대화 로봇을 개발해 고령자가 정확히 검진정보를 얻을 수 있는 체제를 구축했다. 개발과 실행에 드는 시간은 1개월에 불과했다. 그 결과 보건소와 의료기관 담당자의 부담이 크게 줄었다.
대만정부의 행동은 민간기업이 과제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와 똑같았다고 한다. 어떠한 문제의식을 갖고 자원을 조달해 해결안을 마련할 것인가라는 자세로 접근한 것이다. 대만정부가 평가받는 대목 중의 하나다.
‘딥큐 AI 플랫폼’, 가상현실·확장현실(VR·AR), 블록체인 등의 기술로 대만의 의료행태와 업무는 크게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최근 대만에서는 ‘의료 x 블록체인’이라는 유행어가 생겨났다. 병원과 보험회사와 기술개발을 담당하는 기업이 제휴해 다양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의료현장에 도입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딥큐의 블록체인 그룹은 대만대학과 미국 스탠퍼드대학과의 협력 아래 최근 ‘멀티플 레이어 헬스케어 블록체인’을 개발했다. 이는 정보를 병원 간에 유동시키는 동시에 병력의 개인정보 보호를 양립시키는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1년 가까이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위기에 세계 각국은 나름대로 대응해 왔다. 각국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였다. 특히 외신에 비친 싱가포르와 대만의 사례를 정리하면서 작지만 강한 나라로 사는 지혜를 발견하게 됐다. 중(中)대국·중(中)강국의 길목에 선 한국도 지난 1년을 뒤돌아보며 싱가포르와 대만에서 배워야 할 게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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