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최고점을 경신하자 '빚투(빚내서 투자)’ 역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신용융자잔고가 연일 사상 최대치를 넘어서면서 이달 들어서만 1조5000억원가량 증가해 19조원을 훌쩍 넘겼다. 줄어들던 신용융자잔고 증가폭 또한 다시 커지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융자잔고는 지난 18일 기준 19조4238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1일 18조원을 넘어섰고 지난 9일부터 8거래일 연속 증가세로,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해 말 9조2133억원과 비교하면 10조2105억원(110.82%)이나 증가한 규모다.
지난달부터 증시가 다시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이고 이달 최고가 행진을 거듭하면서 신용융자잔고가 덩달아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주춤하던 신용거래융자 증가폭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신용융자거래는 이달 들어서만 지난달 대비 8.27%나 상승했다. 신용융자거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는 가운데 높은 상승률을 보인 것이다.
신용융자잔고가 급증하면서 국내 증시 시가총액(2283조9864억원)에서 신용거래가 차지하는 비율은 0.85% 수준이다. 지난해 말 0.53%보다 0.32% 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빚투가 사상 최대 규모에 이르자, 이달 초 증권사들은 개인투자자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신용거래융자와 예탁증권 담보대출 서비스를 잇따라 중단하기도 했다.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한화투자증권 등이 신용융자 매수 등을 일시 중단했다. 현재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100% 한도까지 신용융자를 내줄 수 있는데, 키움증권 등 일부 개인 투자자 비율이 높은 증권사들은 한도 가까이 신용융자를 내주고 있다.
전문가들도 빚투 현상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화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증권사는 투자자의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신용거래를 허용하고 있으며, 주가하락 시 반대 매매 등으로 손실이 확정된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손실 폭이 확대될 위험이 존재한다"며 "과도하게 자금을 차입해 투자하는 ‘빚투’ 문제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빚투가 급증하면서 반대매매 그림자도 짙어졌다.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월평균 금액은 올해 3월 118억원에서 6월 189억원, 9월 200억원으로 확대 추세를 보였다. 지난 10월 월평균 반대매매 금액은 137억원으로 소폭 줄어들었지만 11월 193억원으로 급증하며 우려를 키우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신용융자 잔고의 증가는 주가 상승을 예상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최근 증시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이런 시기에 단기간에 주가가 급락하면 대규모 반대매매가 이뤄질 수 있어 투자자는 신용거래 시 담보유지비율과 이자비용 등을 감안해 투자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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