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거여 본색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21대 국회 출범 직후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원 구성을 놓고 격돌했다. 국민의힘은 국회 내 상원으로 불리는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민주당에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응하지 않았다.
원 구성 합의는 실패했고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했다. 이는 1988년 이후 32년 만의 일이다. 민주당의 상임위 독식은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법안이 나올 때마다 그 역할을 힘을 발휘했다.
특히 지난 7월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입법 국면에선 여야가 치열하게 대립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임대차 3법 중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이 담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소위에서 심사하자고 요청했다.
정기국회에서도 여당은 의회 권력을 휘둘렀다. 국민의힘은 쟁점 법안이 본회의에서 여당의 단독 처리로 통과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국정원법 개정안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대북전단살포금지법) 등에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신청했다.
당초 민주당은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저지하기 않겠다고 했다. 야당의 의사를 존중해 충분한 토론 기회를 준다는 취지에서다. 아울러 여당의 입법 독주라는 비판을 의식한 것이란 분석도 나왔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지난 13일 국정원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강제종료시켰고, 이틀 뒤인 15일에도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종료시켰다.
민주당은 그간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면서 ‘국민의 요구’, ‘시대의 명령’이란 표현을 쓰며 당위성을 부각했다. 4·15 총선에서 국민들이 180석의 거대 여당을 만들어준 만큼 그에 맞는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식물 국회’가 사라진 것 거대 여당의 긍정적 효과란 분석도 나온다. 과거 여야가 쟁점 법안을 놓고 대립할 때 민생법안이 볼모로 잡힌 경우가 많았다. 현재는 의회 권력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여야가 합의한 민생법안은 빠르게 처리가 되고, 쟁점 법안만 두고 여야가 대립하는 모습이다.
여당의 독주에 대한 민심은 달갑지만은 않다. 국민의 과반 이상은 민주당의 공수처법 개정안 강행처리를 ‘잘못된 일’이라고 답했다.
지난 11일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공수처법 통과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4.4% 포인트) 응답자의 54.2%가 ‘잘못된 일’이라고 답했다. ‘잘된 일’이라는 응답은 39.6%에 그쳤다.
앞선 지난 3월 조사에선 공수처 설치에 대한 찬성 여론이 65%로 반대(24%)를 앞질렀다. 공수처법 개정안에 야당의 비토권이 삭제되고, 정기국회서 여당이 강행처리를 하는 모습에 여론 지형이 바뀐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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