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첫 국유 인터넷 은행이 등장했다.
친서민 소액 금융상품을 앞세워 정보기술(IT) 공룡들이 장악했던 온라인 금융 시장 공략에 나섰다.
정부의 빅테크(대형 IT 기업) 때리기에 알리바바 등 기존 강자들이 흔들리는 틈을 노린 것으로, 비슷한 유형의 은행이 속속 출현할 전망이다.
22일 금융시보와 경제관찰보 등에 따르면 중국 국유은행인 우정저축은행은 100% 자회사 중유유후이완자(中郵郵惠萬家·이하 유후이완자)은행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자본금은 50억 위안(약 8471억원), 본사는 상하이로 오프라인 점포가 없는 인터넷 은행이다.
기존 은행 계열 인터넷 은행으로는 세 번째 사례다. 지난 2017년 중신은행은 바이두와 손잡고 7대3의 지분율로 바이신(百信)은행을 설립했다.
최근에는 초상은행(70%)과 징둥(30%)이 퉈푸(拓撲)은행 설립을 신청해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은보감회)의 비준을 받았다.
유후이완자은행은 국유은행이 100% 지분을 보유한 첫 인터넷 은행이다.
우정저축은행은 중국 6대 국유은행 중 한 곳으로 총자산만 11조 위안(약 1863조원)이 넘는다. 개인 고객은 중국 전체 인구의 40%에 해당하는 6억명에 달하며, 중국 국토의 99%를 관리할 수 있는 4만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다만 고객 대부분이 지방도시와 농촌에 몰려 있어 경제가 대도시에서는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이번 인터넷 은행 출범으로 젊은층 소비자가 많은 대도시로 영업 범위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왕젠(王劍) 국신증권 애널리스트는 "금융 디지털화 추세에 부합하는 결정"이라며 "신규 고객을 발굴하고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하는 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빅테크가 장악하고 있던 온라인 금융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6억명의 고객을 보유한 우정저축은행은 저렴하게 끌어모은 자금으로 소액 금융상품을 개발해 자회사 유후이완자은행을 통해 판매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정저축은행은 자본 조달 비용이 낮은 게 장점"이라며 "소상공인 등 서민을 상대로 예금 금리는 높이고 대출 금리는 낮춰 영업할 여력이 있다"고 전했다.
최근 중국 당국은 대형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대한 전방위 제재에 나서고 있다.
상하이·홍콩 동시 상장을 추진하던 알리바바 계열 앤트그룹은 거래가 시작되기 이틀 전 돌연 상장이 취소됐다. 온라인 소액 대출을 불완전 판매했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였다.
알리바바·징둥·텐센트 등의 온라인 예금 판매 서비스도 줄줄이 중단됐다. 온라인 플랫폼이 중소 은행 상품을 대신 판매하며 수수료를 받아 온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다.
빅테크의 위세에 온라인 시장에서 기를 못 펴던 은행들 입장에서는 반전의 기회다. 우정저축은행을 시작으로 다른 국유은행과 대형 상업은행의 인터넷 은행 자회사 설립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지난 18일 폐막한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도 시장 주체의 활력 제고를 위한 금융 서비스 강화 방안이 논의됐다. 회의는 "개혁과 혁신을 통해 중소·영세기업과 자영업자 등에게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당국의 빅테크 때리기로 온라인 금융 시장에서 대형 플랫폼이 차지하던 위상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이 틈을 파고들기 위한 금융권의 다양한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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