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후 수도권 지자체(서울시·경기도·인천시)의 '5인 이상 집합금지' 행정명령이 떨어지자, 수도권에 위치한 골프장 175곳(2019년 말 기준·한국레저산업연구소 제공)이 공황 상태에 빠졌다.
국내 골프장은 4인 1캐디 시스템이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5인 이상 집합금지' 행정명령은 3인 1캐디나, 4인 노캐디로 운영해야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22일 오전 정부가 '5인 이상 집합금지'를 전국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겨울 스포츠 시설인 스키장 등은 운영이 금지됐지만, 수도권 이외의 골프장은 '권고사항'에 그쳤다.
종합해보면 이렇다. 수도권 골프장에서는 4인 1캐디가 불가능하다. 수도권에서 거주하는 자가 다른 지역에서 골프를 쳐도 4인 1캐디가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수도권 외 지역에 위치한 골프장들은 내장객들의 거주지를 확인하는 절차를 가동 중이다.
그러나 지난 22일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해운대 B골프장은 누구보다 빠르게 공지사항을 올렸다.
제목은 '5인 이상 모임 금지 정부지침 사항에 대한 골프장 이용 요령'이다. 게재된 내용에는 3가지 옵션이 제시됐다. 참고로 이 골프장의 캐디피는 12만원이다.
첫 번째 옵션은 '캐디 및 고객 3인 카트 탑승'이다. 캐디피는 12만원으로 동일하다.
두 번째 옵션은 '고객 4인 카트 탑승, 캐디는 워킹으로 경기 보조'다. 이 경우에 캐디피는 15만원으로 3만원이 올라간다. 캐디가 걷는 비용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세 번째 옵션은 '캐디 및 고객 3인 카트 탑승, 고객 1인 워킹 플레이'다. 이 경우에 캐디피는 12만원이다. 한 명은 걸어서 카트를 따라오라는 소리다.
이는 골프장의 '4인 팀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물론, 골프장은 '2.5m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을 권고했다. 또한 정부 지침에 의해 변경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정신 나갔다. 어떻게든 최대한 뽑아 먹으려고 혈안이다. 돈에 미친 것 같다" "어떤 옵션을 선택하든 어차피 5인이 접촉하는 것이다. 행정명령을 무시하는 행위" "골프장 진짜 대단들 합니다" "창조적이고 참신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해당 공지사항은 금일(23일) 오전 8시께 삭제됐다. 수도권 이외의 지역은 권고사항에 그쳤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약 1000명에 육박하는 긴급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 수 있을까'라는 궁리보다는 '어떻게 하면 골프장에서 확진자가 나오지 않을까'를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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