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종영한 MBC 월화드라마 '카이로스'에서 소시오패스 강현채 역을 맡아 소름돋는 악녀 연기를 보여준 배우 남규리(36)와 종영 기념으로 서면인터뷰를 진행했다.
남규리는 2006년 그룹 씨야의 정규앨범 '여인의 향기'로 데뷔했다. 이후 2008년영화 '고死 : 피의 중간고사'에 주연으로 출연하며 배우의 길을 걸었다. 2010년 이후부터는 연기자로 변신해 SBS '인생은 아름다워'(2010), '49일'(2011), KBS2 '해운대 연인들'(2012), JTBC '무정도시'(2013) 등에 출연하며 대중들에게 '배우 남규리'를 알렸다. SBS '그래, 그런거야'(2016) 이후 2년의 공백기를 거쳤고, 2018년 MBC '내 뒤에 테리우스'에 특별출연을 시작으로 연기활동을 재개했다. MBC '붉은 달 푸른 해'(2018)와 '이몽'(2019)에 이르기까지 쉼 없는 작품활동을 펼쳤다.
'카이로스'는 유괴된 어린 딸을 찾아야 하는 미래의 남자 서진과 잃어버린 엄마를 구해야 하는 과거의 여자 애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시간을 가로질러 고군분투하는 타임 크로싱 스릴러 드라마로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호평을 남기며 종영했다. 여기서 남규리는 소시오패스로 성장할 수밖에 없던 여자 강현채로 분했다.
"아직은 사실 잘 실감이 나지 않아요. 며칠 후에 촬영장으로 불려나갈것만 같고 끝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아쉽고 섭섭할 것 같아요. 그냥 또 하나의 친구라고 생각하고, 보고싶을 때 꺼내어 보려구요."
그녀가 드라마 ‘카이로스”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남규리는 "‘내 뒤에 테리우스’, ‘붉은 달 푸른 해’, ‘이몽’을 끝내고, 연기에 대한 또 다른 고민들이 찾아오기 시작했어요. 깊이에 대해서였죠"라고 운을 뗐다. 이어 "오롯이 나를 또 한번 재정비 하는 공백기가 있었어요. 그 때 삶에 대한 또 다른 나만의 가치관들이 형성이 되었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보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연기를 하고싶다’고 생각할 무렵 ‘카이로스’란 작품을 만났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남규리에게 ‘카이로스’는 선택이 아니라 도전이었다고.
"처음하는 아이를 잃은 엄마, 바이올리니스트, 소시오패스까지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는 마음이 컸어요. ‘내가 배우로 시청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동시에 한 인물에 다양성을 담을 수 있는 강현채라는 캐릭터에 매료됐어요. 특히 드라마에서 처음 등장하는 여성소시오패스 캐릭터라 신선했어요. 여성이 주체적인 캐릭터였거든요. 그리고 악역에 대한 묘한 갈망이 있었어요."
그녀는 "사람들은 모두 후회없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하잖아요. 누구나 지금하는 선택들 혹은 그때의 선택으로 인해 미래가 바뀌지 않을까? 상상을 하곤하죠. 과거의 선택으로 미래가 바뀐다는 것이 참 흥미로웠어요 작가님의 세계관이 느껴졌죠. 제가 그동안 해왔던 크고 작은 선택에 대해 생각하게 되면서 알 수 없는 끌림이 와서 망설임없이 카이로스를 선택했죠"라고 말했다.
그녀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남규리는 "첫 미팅 때 박승우 감독님께서 규리씨가 가진 오묘함이 강현채 역에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고 해주신 말씀 덕분에 박승우 감독님께 신뢰가 갔던 것 같아요. 어려워도 불안해도 도전해보자. 어려운 걸 해냈을 때 사람은 성장하는 것이니까. 열정을 갖고 도전하게 되었어요"라고 말했다. 또 "이 작품은 또 하나의 인연이구나 라고 생각을 했어요. 저한텐 정말 ‘기회의 신’이었던 드라마입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소시오패스라는 역할이 쉽지는 않았을 터. 남규리는 어떻게 연기변신을 준비했을까?
"캐릭터 감정변화부터 폭이 참 다양했어요. 일관성이 있는 듯 없는 듯 반전에 반전이 있었죠.
제 스스로 현채라는 캐릭터를 합리화시키고 설득하는게 우선이었어요. 현채는 사랑없이 자란 인물이에요. 그래서 사랑도 모르고, 나쁜 게 나쁜 건 줄도 모르는 인물이죠. 현채가 되기 위해 현채의 서사를 만들었어요. 저렇게까지 살게 된 이유, 불쌍한 여자, 삶을 대하는 방법도 무엇이 맞고, 진심인 건지도 모르는 여자예요."
이어 남규리는 "현채는 목적이 뚜렷한 캐릭터였기 때문에 너무나 일상적이라 생각을 하며 가끔은 일상생활을 한다라고 생각하고 접했어요. 저의 다양한 면을 꺼내서 하고싶은 연기의 70프로만 하자 라고 생각했죠. 제 자신을 누구보다 믿었어야 했어요. 자존감이 높아야 두려움없이 강현채로 살 수 있겠다 생각했거든요. 드러내놓고 악을 저지르며, 자극하고 짓밟는 악역이 아닌 너무나 정상적일 것 같은 여자가 저지르는 지극히 일상적인 연기 강현채는 늘 아무렇지 않았죠. 그게 곧 강현채였고, 시청자분들이 보시기엔 정말 나쁜 악역으로 다가온 것 같아요. 현채에겐 본인보다 소중한 게 없었던거니까요"라고 설명했다.
특히 남규리는 강현채를 연기하며 소시오패스적인 면모보단 여성의 주체적인 단단함에 매력을 느꼈다고 답했다. 남규리는 "제가 만난 강현채는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것 말고, 제 안의 세상에서 스토리가 많은 캐릭터예요. 현채의 모든 것에 개연성을 만들었어요. 현채를 연기하며 다채로움을 배운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또한 남규리는 카이로스를 통해 "과거를 잊으면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전했다.
"과거를 잊으면 안되요. 과거의 내가 있었기에 지금의 ‘나’라는 존재가 있는거죠. 어떤 이들은 힘든 건 다 잊어버려. 앞으로만 잘살자 라고들 이야기하곤 하지만 전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과거를 반성하고 성찰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배우고 살고, 앞으로 나아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소시오패스 연기로 '반전있는 배우'라는 수식어도 얻은 남규리에게 새롭게 듣고 싶은 수식어가 있을까? 이에 대해 남규리는 "믿을 수 있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고 싶다고 대답했다.
남규리에게 2020년 어떤 해였을까? 2021년 목표와 활동 계획이 궁금했다.
"2020년은 카이로스로 정말 기회의 신이 와준 것 같아요. 슈가맨을 통해 추억을 소환하고, 카이로스를 통해 내적으로도 연기적으로도 발전할 수 있었어요. 온앤오프를 통해 대중과 한 층 가까워질 수 있었던 저에겐 또 다른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2021년은 한 발 더 나아가 저만의 긍정에너지와 저만의 분위기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좋은 배우, 좋은 사람,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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