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6명가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보다는 '긴급성'을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백신보다 '방역이 먼저'라는 정부의 늑장 대응과 '안전성이 중요하다'는 당의 생각과는 판이한 결과다.
특히 청와대는 전날(22일) 코로나19 백신 물량 확보 논란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지난 4월부터 '충분한 확보'를 지시했다"며 "백신의 정치화를 중단해 달라"고 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미국의 '안면 마비 부작용'을 언급, "안전성을 최대한 검증하고 접종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에 야권은 대통령 책임론을 거론하며 연일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다.
◆고령자일수록 '백신 긴급성' 원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22일 하루 동안 실시해 23일 공개한 코로나19 백신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4.9%는 "하루라도 빨리 접종을 시작해야 한다"며 '백신의 긴급성'을 우선했다.
반면 '안전성 검증 후 접종'에 찬성한 비율은 41.1%였다. 양자의 격차는 13.8%포인트로 조사됐다. '잘 모르겠다'고 답한 응답은 3.9%로 집계됐다.
특히 고연령층일수록 '백신의 긴급성'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0대에선 '백신의 긴급성 우선'이 66.0%를 기록, 안전성(31.6%)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70세 이상(긴급성 우선 61.4% vs 안전성 우선 26.7%·이하 동일)에서는 격차가 더 벌어졌다. 50대에서도 과반(55.8%)이 '백신의 긴급성'을 중시했다.
반면 20대(48.7% vs 47.9%)와 30대(49.6% vs. 48.7%), 40대(51.0% vs. 44.4%) 등에서는 백신의 '긴급성'과 '안전성'이 팽팽히 맞섰다.
◆진보는 '안전성' vs 보수는 '긴급성'
권역별로 보면, 대전·세종·충청(63.3% vs 31.7%)과 부산·울산·경남(60.1% vs. 36.3%), 서울(58.9% vs 36.8%), 대구·경북(57.7% vs. 39.5%) 등에서는 '백신 긴급성'이 우세했다.
하지만 광주·전라(41.4% vs 53.3%)에서는 응답자의 과반이 '백신의 안전성'을 중시했다. 인천·경기(51.0% vs 46.2%)에선 양 주장이 엇비슷했다.
이념성향별로도 응답이 갈렸다. 자신을 보수(67.4%)와 중도(65.2%)라고 밝힌 응답자는 '백신의 긴급성'에 동의했지만, 진보 성향자의 73.0%는 '백신의 안전성'을 중시했다.
지지 정당별 응답도 마찬가지였다. 국민의힘 지지자의 84.4%는 '백신의 긴급성'을 원했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의 82.5%는 '백신의 안전성'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무당층(49.1% vs 40.8%)에서는 '백신의 긴급성이 우선'이라고 밝힌 응답자가 다소 많았다.
한편 이번 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무선(80%)·유선(20%) 무작위 생성 표집 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이며, 응답률은 8.2%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