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막차 탑승 부추긴 은행들…되레 금리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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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준무 기자
입력 2020-12-29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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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고액 신용대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앞두고 은행권이 일제히 신용대출 금리를 인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일반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전월에 비해 일제히 내려갔다.

하락폭이 가장 큰 곳은 KB국민은행이다. KB국민은행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10월 2.92%에서 11월 2.58%로 0.34%포인트 하향했다. 신한은행도 10월 2.82%에서 한달새 0.28%포인트 내려간 2.54%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은 3.25%에서 3.14%(0.11%포인트), 우리은행은 2.46%에서 2.37%(0.09%포인트), 농협은행은 2.72%에서 2.69%(0.03%포인트)로 각각 인하했다.

은행권에서는 지난달 DSR 규제를 앞두고 고소득자들이 신용대출을 많이 받아간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저금리가 적용되는 고소득자들을 대상으로 대출이 실행되면서 평균 금리가 낮아진 것처럼 보인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30일부터 금융당국은 고액 신용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연 소득 8000만원이 넘는 고소득자의 1억원 초과 신용대출(마이너스 통장 포함)에 대한 DSR 40% 규제를 개인 차주별로 적용하고, 신용대출을 1억원 초과해 받은 뒤 1년 내 규제지역에서 집을 살 경우 대출을 2주 안에 회수한다는 게 골자다.

규제를 앞두고 대기업 재직자 등 고소득자들을 중심으로 대출 수요가 폭증했다. 시행 전 미리 신용대출을 통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투자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심리가 확산된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신용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타대출은 10월에 비해 7조4000억원 증가해 2004년 이후 가장 증가폭이 컸다.

하지만 은행 역시 수요에 따라 적극적으로 영업에 나선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다. 상당수 은행이 가산조정금리를 올렸기 때문이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와 가산금리, 가산조정금리 등을 반영해 산출되는데 이 중 가산조정금리는 일종의 우대금리로서, 본점이나 영업점에서 임의로 결정한다.

가산조정금리가 높을수록 차주가 낮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신용등급 1~2등급 기준으로 지난달 가감조정금리는 신한은행은 0.02%포인트(0.80%), KB국민은행은 0.05%포인트(1.07%), 우리은행은 0.06%포인트(0.96%) 각각 상향했다. 각 은행들이 "대출 속도를 조절하겠다"면서도 실제로는 '막차 탑승'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연말까지 신용대출 증가세는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이 대출 총량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가계대출을 틀어막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이 22일부터 연말까지 2000만원을 초과하는 모든 신규 가계 신용대출을 막은 데 이어 신한은행도 23일부터 같은 조치에 들어갔다. 하나은행 역시 24일부터 주력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 '하나원큐 신용대출'을 취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난 10일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 창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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