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올해 두 번째 임기를 맞은 이동걸 산은 회장은 '노마십가'(駑馬十駕·둔한 말도 열흘 동안 수레를 끌면 천리마를 따라간다) 정신을 강조했다. 정책금융이 민간에서 할 수 없는 과감한 투자를 선제적으로 단행해 혁신금융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23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한국형 유니콘 발굴·육성을 위한 스케일업(성장단계) 금융의 직접 투자 규모가 지난 11월 말 기준 4500억원으로 전년 동기(1076억원) 대비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건당 승인금액 역시 전년 대비 약 3배 증가한 64억2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시장전체의 벤처캐피탈 투자금액이 지난해 말 3조1189억원에서 올해 말 2조8485억원으로 감소한 가운데 이룬 성과다. 해외자금 위주로 수혈되던 혁신성장금융이 코로나19 위기로 위축되자 이를 산업은행이 대체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야놀자·빅히트엔터테인먼트·마켓컬리 등의 혁신 기업도 스케일업 금융의 지원을 받고 성장할 수 있었다. 마켓컬리의 경우 산업은행의 ‘넥스트라운드-스케일업’ 단계를 거쳐 성장한 대표기업으로 꼽힌다. 마켓컬리는 넥스트라운드를 통해 세 차례에 걸쳐 투자유치를 위한 기업설명회를 진행했고, 산업은행 출자금으로 조성된 VC 자금을 투입받았다. 이어 올해 7월에는 300억원의 추가 대출을 받았다. 성장부터 성숙단계까지 산업은행과 함께한 셈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스케일업 기업은 고용 및 생산증대 효과가 크다”며 “경제 전반의 성장에 중요한 주체이지만, 국내 스케일업 기업 및 예비 유니콘 기업은 대부분 외국계 자본을 통해 성장자본을 유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산업은행은 중개인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2016년 8월 출범된 KDB 넥스트라운드를 통해 357개 기업에 2조10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성사켰다. 올해만 총 107개 기업이 6532억원의 투자유치를 이뤘다. 전체 시장 규모는 줄었지만 전년과 유사한 규모의 실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산업은행은 올해 정부의 한국판 뉴딜과 연계해 바이오·디지털 분야의 혁신기업 육성도 확대할 계획이다.
정책금융의 혁신금융에 대한 과감한 투자는 민간금융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앞으로 5년 동안 금융권은 225조원 이상의 혁신 금융을 투입하기로 했다. 은행권에서는 3년 동안 기술금융·동산 분야 등에 100조원, 금융투자업권에서는 5년 동안 기업공개(IPO), 초대형 투자은행(IB) 등을 통해 125조원을 투입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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