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상황이다. 문제는 빙산(氷山)의 일각(一角), 수면 아래에 버티고 있는 사회갈등 요인(要因)은 미래사회 발전을 담보로 우리를 불편케 한다. 이런 상황임에도 선각자적(先覺者的) 어른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너나 할 것 없이 공감할 정의(正義)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누구인가. 반만년 역사를 지닌 우리 민족은 수많은 외침을 겪어 왔다. 그때마다 구국을 위해 죽음도 불사(不辭)한 의병과 민초, 우국지사들의 투철한 애국심 즉, 선열정신이 나라를 지켰다. 이뿐인가? 해방 후 최빈국(最貧國)에서 GDP 3만 달러의 손에 꼽는 경제대국으로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나라로 성장했다. 불과 반세기 조금 지난 지금.
코로나19에 맞서 최선을 다하는 의료진과 국민의 행동이 이를 입증한다.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의(義)를 행하는 의료진은 그 옛날 의병(義兵)을 보는 듯하고, 정부 방역에 동참하는 국민의 일사불란함은 우리 국격(國格)을 높였다. 위기의 순간마다 빛을 발한 위대한 선열의 DNA를 물려받은 덕이다.
“23세, 날이 가고 해가 갈수록 우리의 압박과 고통은 증가할 따름이다. 나는 여기에 한 가지 각오가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뻣뻣이 말라가는 삼천리강산을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수화(水火)에 빠진 사람을 보고 그대로 태연히 앉아 볼 수는 없었다. 여기에 각오는 별것이 아니다. 나의 철권(鐵券)으로 적(敵)을 즉각 부수려 한 것이다. 이 철권은 관(棺) 속에 들어가면 무소용(無所用)이다. 늙어지면 무용(無用)이다. …(중략)…”
“사내대장부가 집을 나가 뜻을 이루지 않으면 돌아오지 않는다(丈夫出家生不環)”는 출사표를 남기고, 사랑하는 처자식과 부모·형제 모두와 헤어져 상해로 건너가 일제와 싸우다 25세 젊은 나이에 순국한 윤봉길 의사. 오직 조국 독립의 일념으로 모든 것을 초월해 행동으로 옮겨 뜻을 이룬 윤 의사의 의기(義氣)와 결기(決起)가 바로 선열정신의 표본이며, 우리 후손이 영원히 귀감(龜鑑)으로 삼아야 할 사표(師表)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가장 시급한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양분된 국민의 마음을 하나가 되게 하는 통합(統合)의 리더십이 아닐까 싶다. 통합의 리더십은 수적 우위를 통한 관철이 아니라 솔직함과 진정성을 담은 설득이다. 진정한 협치(協治)를 통한 상생(相生)으로부터 나오며, 그 근간(根幹)은 선열정신이다.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오직 대의(大義)만을 위해 솔선수범, 온 국민의 지지를 기반으로 하기에 선열정신은 이의(異議)가 있을 수 없고 위대하다.
답은 자명(自明)하다. 너나 할 것 없이 내로남불, 수구꼴통 더는 논하지 말자.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새겨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자. 진심이 통하면 국민은 움직인다. 진정 대한민국의 발전과 국민의 행복을 원한다면 두려울 게 무엇인가? 통 큰 정치를 하자. 더는 국민이 나라를, 정치를 걱정하는 우(愚)를 범하지 말자. 국민은 감정에 동요(動搖)하지 말고 이성(理性)을 찾고, 선동(煽動)이 발 붙이지 못하게 눈과 귀를 활짝 열자.
오는 12월 19일은 윤봉길 의사가 순국한 지 88주년이 되는 날이다. 윤 의사의 숭고한 정신을 기려, 각 분야 오피니언 리더들의 의기(義氣)와 결기(決起)로 국민이 하나 되는 대의(大義)의 울림, 통합의 불씨가 활활 타오르기를 소망해 본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