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1993년경 중국 베이징 왕푸징에 있는 신화서점에서 저우바오중(周保中)이라는 군인이 쓴 <동북항일유격일기(東北抗日遊擊日記)>라는 책을 우연히 발견했다. 아무 생각 없이 책을 들춰보던 중 김일성(金日成)이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저우바오중은 중국 동북지방에서 항일 유격활동을 성공적으로 한 동북항일연군의 최고 지휘관이었다. 김일성이 1930년대에 만주지방에서 일본군과 싸웠다는 유격대 시절 이야기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책을 구입했다.
신간 <김일성, 1925~1945 중국과 소련에서 무엇을 했나>를 쓴 박승준은 “그때부터 이 책에 나타난 김일성과 저우바오중의 관계, 김일성의 동북항일연군 내의 위치 등에 대해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는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벌써 75년이 지난 오늘 남북한의 화해 움직임과 통일을 논함에 있어, 남북한이 서로의 정통성 문제를 따지는 날이 머지않아 다가올 것”이라고 짚었다.
한국의 경우 헌법전문에 상해임시정부로부터 법통을 이어받은 것으로 되어 있고, 북한은 김일성이 이끌어온 항일 빨치산 활동에서 정통성을 찾으려 하고 있다.
김일성이 사망한 지 26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가 중국이나 소련에서 항일 빨치산 활동을 한 사실에 대해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한국 내에서는 6·25전쟁의 상흔과 반공 정책 때문에 ‘가짜 김일성’이 쉽게 사라지지 않은 데다, 일부 빨치산 활동 사실마저 그대로 거론한다는 게 북한을 찬양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에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는 신격화된 측면 때문에 그의 과거 행적과 실체를 명확히 알기 힘들었다.
<김일성, 1925~1945 중국과 소련에서 무엇을 했나>는 책과 자료 등을 통해 실체에 접근하려 노력했다.
이를 위해 1980년대에 저술한 재미 한국인 학자 이정식과 서대숙 교수의 저서, 1990년대 초에 발간된 중국공산당 동북항일연군 사령관 저우바오중의 항일투쟁일기, 김일성 본인의 회고록 등을 비교했다.
저자는 “이정식과 서대숙 교수가 기록한 김일성과, 김일성을 부하로 거느리고 있던 동북항일유격대 대장 저우바오중의 일기가 기록한 김일성을 정확히 비교해 보는 것은 앞으로 김일성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이뤄지기 전에 한 번 해봄직한 시도라는 판단에서 이 책을 썼다”고 설명했다.
저자는 이 책을 시작으로 김일성에 대한 본격적인 비교연구와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정통성에 대한 연구를 더욱 진척시켜 향후 두세 권의 김일성 연구서를 출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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