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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아주경제 미술팀]
2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지난 14일까지 취급한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498조6320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444조2247억원)보다 54조4073억원 늘어난 수치로, 지난해 증가액(30조4000억원)을 두 배 가까이 상회한다. 최근 4년 동안의 연 평균 수치(약 28조8000억원)보다도 30조원 가까이 많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 연말까지 총 잔액은 500조원대로 올라설 게 사실상 확실시된다. 이 중 개인 사업자(SOHO) 대출 비중은 53.3%로 절반을 넘어선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초 은행권에서 예상했던 (중기 대출) 최대 증가 범위가 35조원 수준이었다”며 “예상치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으로, 이렇게 빠르게 늘어난 건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에도, 기존 대출에 대한 부담을 전혀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지난 2월부터 중기·소상공인들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원금과 이자 상환을 유예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당장의 급한 불을 끄는 데는 도움이 됐지만, 유예된 이자에 대한 부담은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지난 11월 기준으로 중기·소상공인이 신청한 대출 만기연장 금액은 109조1509억원, 이자상환 유예금액은 950억원에 달했다.
올해 연체율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다. 은행권의 연간 연체율은 0.3~0.35% 수준으로, 2007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저점을 형성했다. 연체율이 낮다는 건, 그만큼 유예 효과를 본 업체가 많다는 뜻이다. 이는 내년에 연체율이 급증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은행들도 중기의 ‘부실 가능성’을 높게 바라보고 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한 충당금을 더욱 공격적으로 쌓아 올리고 있다. 지난 3분기까지 쌓은 충당금만 1조6226억원으로 전년 동기(6162억원)보다 1조원 이상 늘어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년 한계 차주가 대거 나올 것으로 보고 충당금을 크게 늘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역시 최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내년 중 유동성 위험 및 상환불능에 빠지는 자영업자 비중이 기존 0.4%에서 2%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점쳤다. 아울러 이들 가구의 경우 이전 상태로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
전문가들은 단순 유예기간 연장 외에 좀 더 고차원적인 대응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가 쉽게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만큼, 추가 연장에 대한 검토를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 과정에서 소상공인에 대한 직접지원과 정책 금융을 통한 지원이 적절히 병행돼야 상황을 좀 더 효율적으로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은 관계자도 “한시적인 금융지원 조치로는 자영업자가 직면한 문제를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향후 금융지원조치의 연장 검토 시 유동성 위험과 상환불능 등 자영업자의 재무상황을 보다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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